굳은 결심(15.03.26) 혼자라도 나는 이제 널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너를 그리는 시간은 무위의 시간과 다름 아니고 그건 내 삶의 애틋한 한 때를 쾡한 공동으로 만드는 것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너는 그림자에 다름 아닐 터 그런 너를 사랑함은 망령에 홀려 밤거리를 쏘다니다 휘부연 새벽 낯선 거리에 주저..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3.26
네 이름을 부른다(15.03.25) 네 이름을 기억하렴 네 이름을 부르는 나를 기억하렴 하룻밤이면 백 번을 구름아 구름아 백 가지 다른 빛깔로 내 고양이 이름을 부르는 나의 간절한 소망이다 너의 이름도 그렇게 불러 볼 때가 있다 소리내어 부르고 속삭여 부르고 즐겁게도 부르고 쓰디쓴 약처럼 미워져 부르고 때로는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3.25
불면(15.03.13) 내가 눈을 부릅뜨고 백 날 밤을 지새운 들 지혜로는 눈 먼 올빼미 한 마리 이길 수 없다 허나 위로 받을 것이 영 없지는 않아 무수한 밤의 적막을 사는 동안 능력 하나를 얻었으니 나는 아득한 세상 끝 어디에서 송신해 오든 침묵과 다름 없이 낮고 희미한 주파수를 다 감지할 수 있을 것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3.13
봄의 다짐(15.03.12) 누군가 몇 쯤은 나를 부러워 좀 해 주렴 나는 이제 꽃구경 갈 거란다 봄이니 봄의 사람이 되어 삶에 털끝 만한 의심 없이 봄에만 휘둘려 살아볼 테다 봄바람에 불리고 봄꽃에 취하고 봄볕을 희롱도 해 볼 테다 봄을 사는 목표를 확고히 세우고 너무도 찬란할 봄을 만만히 살아내 볼 테다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3.12
지병(15.03.04) 낮잠에서 깨어나 까닭 모르게 울고 싶은 때가 있다 잠깐 다른 세상 나들이에서 돌아와보니 거리나 들이나 내 누웠던 자리까지 설고 외로워 잘잤나 한마디 건네 주는 이가 있다면 생판 낯선 나그네라도 기뻐 품에 안겨 느끼고 싶은 때가 있다 가슴에 멍울도 잡히지 않던 어린 소녀였던 때..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3.04
입춘(15.01.04) 오늘부터 내리는 비는 봄비다 이제부터 부는 바람은 봄바람이다 이제 내리는 눈은 뜩뚝 눈물도 슬프지 않은 따스한 봄눈 아스라히 연보랏빛 연무 속 저 산은 이제 저승도 지척, 참 포근한 봄산이다 봄에는 떠나는 사랑도 갈테면 가라 아프다면 이 봄의 더 큰 수혜자가 되겠지 나는 어루는..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2.16
의미냐 존재냐(15.01.11) 부질 없다 의미 없다 아름답지 않다 하여 말과 일과와 사람을 서슴 없이 쳐내고 나니 어느 결에 나는 둥치만 남아 더는 앙상할 수 없이 삶이 참 춥다 사는 일이 무에 그리 대단 하리라고 어제도 오늘도 나는 변심한 애인 기다리듯 삶에 골똘하다가 추워 생각한다 의미가 삶의 양식이었던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2.11
사랑의 통속적 종말(15.01.31) 내가 나를 믿지 못하듯 나는 당신을 믿지 않는다 나나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그게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는 사랑이 쓸쓸하되 많이 아프지는 말 일이다 사랑에 믿음이 없는 나는 믿을 수 없는 당신을 사랑하고 일말의 불안도 없이 자명한 내 앞의 생을 지켜볼 참이다 영원이 아니라..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1.31
보람없는 눈(15.02.28) 몇 시간을 흩날리는 눈발 끝내 한켜도 쌓지 못했다 분분이 날리다 눈물만 점점 참 보람도 없는 눈이다. 우리의 사랑, 참 무색도 하다 죽기살기로 움켜보려 했다만 결국 탈탈, 빈손이다 그저 마음에 흉한 얼룩만 남았다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1.28
통속적으로 당신과 식사하고 싶다(15.1.27) 조촐한 식사 한 끼 함께 못하고 영영 당신을 보낼 것 같아 당신에게 가는 징검다리 놓듯 소반 위에 소박한 찬 몇 가지 올리고 마지막인 양 피안처럼 먼 당신을 건너다 보고 싶어 나는 목이 메어 음식을 넘기지 못하겠지만 당신을 사랑했으니 달게 웃겠어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