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 없다 의미 없다 아름답지 않다 하여
말과 일과와 사람을 서슴 없이 쳐내고 나니
어느 결에 나는 둥치만 남아
더는 앙상할 수 없이 삶이 참 춥다
사는 일이 무에 그리 대단 하리라고
어제도 오늘도 나는 변심한 애인 기다리듯
삶에 골똘하다가 추워 생각한다
의미가 삶의 양식이었던 게 아니라
살아내니 비로소 그게 삶이었던 모양이라고
지금 이순간 내가 세상의 가장 슬픈 사람이 아니라면
그걸로 충분히 위안 삼을 만하다 여기며
기쁜 보람 뿐 아니라
뼈저린 삶의 공허와 슬픔, 돌이키기 싫은 추함 조차
켜켜이 쌓여 내 삶의 중첩이 되었음을,
무언가 내 가슴 묵직하고 뻐근한 무게가 되었음을
나는 순순하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라면 달리 나는 그림자 일 밖에.
삶이라는 것이 곰곰 생각으로 더욱 고단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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