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엄마(17.1.24) 나는 엄마와의 작별이 나 자신과의 작별보다 더 낯설어 하루하루 늙어가는 어머니가 슬프고 겁이 나고 어머니는 조금씩 조금씩 당신의 발치와 가까워지는 늙어가는 자식이 섧고 딱하다 천번쯤 만번쯤 죽음을 시뮬레이션 했을 엄마는 죽음쯤 이제 이웃마실처럼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 다시 새겨볼 마음 2017.01.24
저문 강가(17.1.21) 검은 강물은 나를 관통해 간 시간과 같다 서슴 없다 거두 절미, 무자비하다 후회, 용서, 주저, 회한 어느 것에도 빌미가 없다 강가에 서면 나는 도리 없이 또 처음 그 자리다 큰 의미가 없었더라도 가끔, 혹은 잠깐 환희의 순간이 나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덥혀진 강물의 따뜻함 그 아득해지.. 다시 새겨볼 마음 2017.01.21
연민(16.12.28) 내가 가끔 시무룩하고 한숨이 깊더라도 결코 당신 때문은 아니다 우울은 그저 내 삶을 관통해 온 오랜 습관 혹시 언젠가 내가 실없이 웃던 때가 있었다면 그 또한 당신 때문은 아니었다 웃음이 헤픈 것 또한 나의 자랑스러운 내력 내 마음의 양지쪽 한자락을 당신 몫으로 지어 준다 해도 .. 다시 새겨볼 마음 2016.12.28
사랑하는 것들은 멀고(16.12.28) 사랑하는 것들은 멀리 있는데 이렇게 대책없이 외로우면 어쩌랴 그리움은 사위는 낮달처럼 아득해서 그 어느 것도 또렷한 이름이 없다 이름을 불러 모을 수가 없다 사랑하니 그립고 그리워서 참 외롭다 * 바간도 그립다 다시 새겨볼 마음 2016.12.28
사랑이 없는 어느 가을 저녁 소회(16.12.27) 삶의 본때를 보여주마 뜨겁던 여름과 드잡이 할 수는 없었던 것이야 묵묵히 삼키는 것이 능사일 때도 있는 법 사정 봐 주지 않고 바싹바싹 턱밑까지 잠식하며 타들어오는 삶이라면 여름내 부산스레 수런대던 포플러 잎이 숭숭 성겨지고 소망 같은 몇 그루 어린 자작나무도 북국처럼 그리.. 다시 새겨볼 마음 2016.12.27
교회 옆을 지나다가(16.12.21) 교회 담벽에 초청가수공연 플래카드가 붙었어 그들 참, 밑도 끝도 없는 아름다운 노래들을 불렀었지 나이 들어 그간 뭐하고 사나 어쩌다 마음이 짠했는데 젤 한심한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딸애 말마따나 그러고 보니 저들도 연예인이었군 연예인의 말년이 저리 든든하담사 추억의 .. 다시 새겨볼 마음 2016.12.22
날씨가 추워서(16.12.20) 날씨가 추워서 집에 돌아오니 눈물이 났다 그래서 비정규직 쉼터 꿀잠 펀딩에 돈을 보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도 돈이 없으면 재주가 메주만도 못해지는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도 돈을 좀 보냈다 바둑판처럼 펼쳐진 구백개 다되어 가는 펀딩 프로젝트 너무 많아 고민도 필요 없이 네 개를 .. 다시 새겨볼 마음 2016.12.20
금물(16.12.15) 네가 외롭다고 치자 시절이 가을도 급격히 기울어 몸서리쳐지게 마음 시리다 치자 너는 등굽은 새우처럼 웅크려 빈 동굴같은 마음을 부여안고 마음에서 비롯해 끙끙 육신까지 아프다 치자 사정없이 삶에 전의를 잃었다고 치자 설령 그렇다고는 해도 절대 사랑을 그리진 마라 외로운 날.. 다시 새겨볼 마음 2016.12.15
추운 날 II (16.12.2) 날이 추워졌다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일상이 그리 돌연하므로 나는 삶에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추워서 나는 의지가 많이 없어졌다 모를 일이다 모두가 누군가에게서 따뜻함을 갈구하고 내 또한 심상하게는 마음 한 켠 쯤, 절절하게는 목숨을 놓을 각오로 누군가 품을 수도 있겠다 하는데 .. 다시 새겨볼 마음 2016.12.02
제끼고 싶은 날(16.12.2) 고양이는 내 발치에 또아리를 틀고 가릉거리고 나도 고양이처럼 가릉대며 간질간질 무아의 황홀경에 취하고 싶다 밖엔 죽죽 비가 내리는데 그리하여 내가 하루를 작파한다 하면 과연 나의 삶은 정말 위태로워 지는 걸까 불온하게 자꾸 풀무질하는 마음을 다독이며 몸이 아프든 마음이 .. 다시 새겨볼 마음 2016.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