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담벽에 초청가수공연 플래카드가 붙었어
그들 참, 밑도 끝도 없는 아름다운 노래들을 불렀었지
나이 들어 그간 뭐하고 사나 어쩌다 마음이 짠했는데
젤 한심한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딸애 말마따나
그러고 보니 저들도 연예인이었군
연예인의 말년이 저리 든든하담사
추억의 가수 때문에 서글퍼졌어
그들은 웃고 있고 내가 슬펐어
언제부턴가 나는 추억을 살해하지
인정사정 두지 않고 짓밟아 버리지
나의 추억팔이 절대 금기로
요즘 나는 찬바람이 쌩쌩하지
제 풀에 눈을 부릅뜨곤 하지
추억은 어쩌다 내가 아주 행복한 날에만 잠깐 입장시키기로
노리개처럼
즐겁게 짝짝 씹는 껌처럼만 소환하리라 다짐했지
추억은 반드시 현실의 필터 너머
내가 웃는 날에는 웃음으로 희롱하는 추억
내가 서러운 날에는 추억도 닥치고 포복
기뻤던 추억이든 슬픈 추억이든 한 목으로
내 실존에 걸치는 잠깐 취기일 뿐이라
추억의 뽕필에 취하기에 삶은 참......
안 그래도 참 휘청이는 삶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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