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서
집에 돌아오니 눈물이 났다
그래서 비정규직 쉼터
꿀잠 펀딩에 돈을 보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도
돈이 없으면 재주가 메주만도 못해지는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도 돈을 좀 보냈다
바둑판처럼 펼쳐진
구백개 다되어 가는 펀딩 프로젝트
너무 많아 고민도 필요 없이
네 개를 골라 이만원 삼만원을 할당했다
요즘 내 불안의 중심은
사십년 묵은 내 집의 과한 따스함
내 안락의 장차의 안위가
또 내 잠재적 비정의 발호가 무서워
나는 짬짬히 푼푼한 선행을 적립한다
면죄에 드는 돈은 고작 이삼만원
그만하면 헐값이다
나는 삼만원 짜리 0.1도의 온기로
내 불안한 따스함을 엄호하고
나의 미안함을 무마하고
내 치졸함과 인색함을 용서한다
가끔 추위가 사무치는 날엔
나는 여기저기 펀딩을 헤집고 다니다가
일수 찍듯 몇군데 이만원 삼만원을 찍는다
내 온기의 상한가는 딱 삼만원
할인가는 이만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도리는,
없다
나는 춥지 않다
삼십년을 방비한 내 날림집은 이제 춥지 않다
내게 제일 무서운 적은 추위
어려선 얻어 맞는 일이 제일 무서운 줄 알았는데
대해보니 그것도 추위 밑이었다
춥지 않으니 따뜻해서 슬프고 좋다
맞는 것쯤 붙어보잘 만큼 배짱이 생긴다
삶이란 것은 슬픔이 베이스
기쁨은 잠깐 고명일 지 모르지만
우리가 조금 따뜻하기만 하다면
태생으로 추운 우리의 피가
가끔 무방비로 헤퍼져 돌 만큼만 따뜻하다면
우리 그 슬픔을 살아 내어
삶이 왈칵 뜨거워지기도 하는 걸 거다
(뱅크시,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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