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사랑이 없는 어느 가을 저녁 소회(16.12.27)

heath1202 2016. 12. 27. 03:45

삶의 본때를 보여주마 뜨겁던 여름과

드잡이 할 수는 없었던 것이야

묵묵히 삼키는 것이 능사일 때도 있는 법

사정 봐 주지 않고 바싹바싹

턱밑까지 잠식하며 타들어오는 삶이라면


여름내 부산스레 수런대던

포플러 잎이 숭숭 성겨지고

소망 같은 몇 그루 어린 자작나무도

북국처럼 그리운 양 서늘해졌어


내 삶도 지금 숭숭 성긴 잎맥이야

내 삶에서 드물게 자명한 일이어서

길게 숨 고르며 대비해 온 일이지만

그래도 막상 닥치니 난 어지간히 풀이 죽었어


삶은 몰라서 두려운 법이지만

알아서 훨씬 엄두 안나는 일이기도 해

가을은 금방 가겠지만

오는 겨울은 더욱 길고 혹독할 테지




* 지난 가을 저녁 든 생각이었다.

  한가한 날엔 이렇게 낙수처럼 뿌려놓은 낙서들을 주워 모은다.

  쓰잘 데는 없지만 그래도 안쓰러이 보듬어 줘야 할 내 삶의 한 순간일 것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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