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문학관이 왜 한산할까(18.6.27) 근처라면 잠깐 들러보기도 하지만 가방까지 꾸려 별러 문학관을 찾는 일은 드문 일인데 무슨 맘이었던지 오늘은 그랬다. 씻고 단장하는 일이 귀찮아 웬만하면 외출을 하지 않는데 오늘은 꽤 부지런을 떨어 정오 무렵에 문학관을 가 북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요즘 독서의욕이 바닥이라.. 삶의 그림 2018.07.17
유쾌한 사람과 어울려서 좋은 이유(18.6.15) 천성을 누르고 거스르며 아이 기르고 살림 하며 살다가 마침내 자유인을 선언한 선배가 있는데 오늘 나를 보러 와 주었다.. 나와 그녀가 극단적으로 다른 점은 나는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인간인 반면, 그녀에게는 가장 엄격하고 단호한 명령자가 자신인 듯 하여 하루의 태.. 삶의 그림 2018.06.18
꽃 몇 포기의 교만(18.6.4) 작년 가을, 공사 마치고 얼마 안되는 화초마저 거지반 사라져버린 삭막한 화단을 벗이 본 것은 참 운 좋은 일이다. 겨울이 바로 문지방 밖인 어느 날, 부탁한 꽃사과와 함께 넉넉한 한 줌 꽃양귀비 씨앗도 가져와 무참한 내 화단이 한심한 듯 안타까운 듯 내 뜻과 별무 상관 없이 휘.. 삶의 그림 2018.06.04
남천 때문만은 아니었다(18.5.9) 오월 바람이 서늘했다 순정한 녹색의 냄새가 바람에도 묻어났고 뻐꾸기가 간간히 청아한 울음을 멈춰 나는 일없이 그 속내가 궁금했다 까닭없는 멀미 속에 누워 있자니 나는 잠깐씩 피안과 차안이 분간 없었다 젤로 어여쁜 걸로 골라다 놨다며 잠깐 들러 남천 가져가라고 나보다 고독한,.. 삶의 그림 2018.05.17
꽃의 소유권(18.4.20) 봄을 가장 절감하게 한 것은 집 옆 자그마한 밭에 핀 매화였다. 담 너머, 우리집보다 지대가 조금 높은, 우리집과는 담장을 사이에 둔 비탈밭 매실나무가 이십여주 있다. 방울방울 매화꽃 봉오리가 맺히는 것부터 하나씩 소리 없는 환호처럼 꽃이 터지는 순간, 그리고 마침내 꽃이 져가는 .. 삶의 그림 2018.04.20
치자의 쓸모(18.4.10) 치자다. 지난 달 매화와 산수유 보러 남도에 갔다가 계획을 돌려 화엄사에 갔는데 그때 절 앞 로컬푸드 판매장에 들러 구한 것이다. 치자향, 치자색, 치잣물. 이름만 많이 들어 보았지 태어나서 처음 본 식물이다. 열매가 가을빛으로 참 예뻐서 갖고 싶었다. 뭣에 쓰려고? 쓸모없이 .. 삶의 그림 2018.04.10
가장 부러운 살구나무 한 그루(18.4.5) 오늘 어느 집에 초대되었다. 무엇하나 부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중 가장 부러운 것은 마당 한귀퉁이 달항아리처럼 둥글고 환한 살구나무였다. 봄볕 좋은 날, 얼굴에 꽃그늘 어른거리며 나무 아래 오래 앉아 있고 싶었다. 초여름노란 살구 한알 떼구르르 구르는 것도 보고 싶었.. 삶의 그림 2018.04.05
나무를 기르는 일에 끝이 있으랴(18. 4.3.) 올봄엔 마침내 나무를, 화초를 제대로 심고 가꿀 계획이다. 처음 그 생각을 한 계기는 <<랩걸>>이었다. 나무에 대해 이토록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깊이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삼사년 전에 유실수 몇 그루를 집뒤 방치된 과거 밭이었던 잡초밭에 심었었.. 삶의 그림 2018.04.03
발톱을 벼리는 일을 묻다(18.3.28) 종종 아이들의 묵은 발톱을 발견한다. 방바닥을 훔치다가 또는 스크래쳐를 털다보면 어렵지 않게 발톱을 보게 된다. 하루에도 몇번씩 미친듯 발톱 가는 걸 보면 무위한 일에 저렇게 혼신일까 안스럽고 한심해 보이가도 한다. 저리 다듬어 보았댔자 나에게 포박되어 가차없이 깎여.. 삶의 그림 2018.03.28
불현듯 느낀 완벽한 평화(18.3.9) 인터넷 기사에 댓글로 격론을 벌이며 열내고 있는데 띠요~옹, 귀에 익은 음악. 켜놓은 채 댓글 다느라 신경 쓰지 않던 티비에서 골드베르크 협주곡이...... 순식간 마음이 잔잔해지며, 무언가에 애틋해지기조차 하는 것이었는데 좌우를 둘러보니 오늘밤 제 구미에 맞는 자리를 잡아 세상 .. 삶의 그림 2018.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