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나무를 기르는 일에 끝이 있으랴(18. 4.3.)

heath1202 2018. 4. 3. 04:28

올봄엔 마침내 나무를, 화초를 제대로 심고 가꿀 계획이다. 처음 그 생각을 한 계기는 <<랩걸>>이었다. 나무에 대해 이토록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깊이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삼사년 전에 유실수 몇 그루를 집뒤 방치된 과거 밭이었던 잡초밭에 심었었다. 꿈에 부풀어 꽃도 예쁘고 과일도 단 자두나무, 양살구 나무, 체리나무를 심고 물도 며칠은 챙겨 주었는데 유난했던 긴 봄가뭄과 내 키를 이기게 성한 여름의 독한 잡초 속에서 녹아 버렸다.

그러고는 한동안을 식물 기르는 일을 잊고 살았는데 랩걸 말미에 세들어 사는 집에 은근슬쩍 나무 한그루 심어 기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었다. 남의 땅에도 저리 나무 심기를 독려하는데 나는 내 땅을 몇 백평이나 두고도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를 길러내지 않았다. 올핸 좀 나도 나무 몇 그루로 내 삶이 조금 으쓱하니 그럴싸한 기분을 내볼수 있지 않을까.

우선 자운영 씨앗 2킬로그램을 사보았다. 한삼덩쿨과 띠풀의 그악스러움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은 제초제를 들이 붓거나 내 여름을 오롯이 땀과 바꾸는 길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모그래도 자운영의 어여쁨으로 잡초의 독한 기운을 조금은 구슬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 보았다. 거기에 기름진 토양은 덤.

그 다음엔 자작나무 열그루와 살구나무, 자두나무, 체리나무, 대추나무, 미니사과 등의 유실수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심었다. 대추 말고는 다 꽃이 이쁜 걸 기준으로 선택했다.

엊그제엔 봄이면 오일장 한 귀퉁이에 상시 펼쳐지는 묘목전에서 적약과 마가목과 홍도화와 영산홍, 산수유를 사다 심었다.

어젠 이름을 그새 잊은, 어여쁘게 맺힌 꽃에 혹해 구입한 초본 두 그루를 화단에 심었다. 오늘은 꽃잔디를 잔뜩 사왔다. 내일 이른 아침에 심어야 한다.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이라도 탐욕은 부리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올봄 나무 심기는 삼색도화로 완결짓고 싶다. 내일은 오후에 비가 온다니 아침에 묘목전에 나가봐야겠다.

화원이나 나무 시자에 가 보면 모투 내 뜰 안에 들이고 싶읍 욕심이 끝이 없다. 가당찮은 허욕임을 안다. 올해 이만, 딱 한 그루만 보태고 그만 내년을 기약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