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15.12.21) 이제부터 내 앞의 생은 여생이라고 하자 저도 못미더운 마음의 지침이 한참을 미래와 여생 사이를 갈팡질팡 하다가 슬그머니 여생 위에 포개어 섰다 이제 나에게는 미래가 없다 나는 이제 재게 걷지 않는다 때로는 제 그림자에 발이 걸려 비척이고 가끔 제 흥에 겨워 해찰이 해걸음인 초..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2.21
월동준비(15.11.20) 달력은 이미 12월의 문간을 서성이는데 겨울은 어느 모퉁이에 주저 앉아 있는지 이 겨울 한 번 버텨볼 희망이 영 터무니 없지는 않게 따뜻한데 나는 또 저문 저녁처럼 허둥대며 전의도 없어 보이는 겨울을 대비한다 내 삶에 겨울은 어쩌자고 늘 처음이라 따뜻한 옷, 따뜻한 신 구석구석 다..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2.11
근래 들어 가장 추운 날의 걱정(15.12.3) 궂은 날씨에 날은 일찍 저물고 찬바람은 사정 없이 몰아치니 어디든 서둘러 깃들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로터리에 내걸린 여나므 장의 플래카드들이 광풍에 나부끼며 찢어질듯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한 해 근근한 시간을 쪼개어 연습했을 오카리나 동호회의 발표회가 있습니다. 벌써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2.03
돌과 나무를 듣는다(15.11.25) 눈을 감고 깨어진 옥개석 조각을 쓰다듬어 보았다 고요히 그러고 있노라니 너를 만지는 듯 가슴이 뭉클했다 돌이 나지막이 말을 했다, 돌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돌이 품은 세월을 담담하게 고개 주억이며 들어줄 수 있을 듯 했다 돌이 따뜻했다 흐르는 세월에 결이 깊어가는 대웅전 배흘..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1.25
길이 간다(15.11.17) 가을 산 붉은 숲 속으로 하얀 길 한 줄기 걸어간다 따라 들어가볼까도 생각해 보지만 숲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서 나는 겁이 난다 그 길에 한번 들고 나면 천번 만번 뒤돌아보며 떠난 세상 다시는 영영 그대를 보지 못할 길이 될 것 같다 수몰지 검푸른 수심으로 묵묵히 길이 걸어 간다 한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1.17
순리(15.11.6) 이제 더는 궁금하지 않은 모양이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삼던 근근한 안부도 더는 없고 어렵게 살려 내곤 하던 설레임도 이제 말라 버렸다 삶이 참 적막해졌다 그 동안은 마음이 슬프고 고단했으나 이젠 폭풍 한바탕 거칠게 쓸고 간 조용한 공터다 네가 오리라는 꽃소식 같던 기대를 죽이..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1.06
고단한 저녁 기특한 감사(15.11.4) 사양에 빛나는 붉은 잎을 보며 생각한다 내 삶에 찬란은 몇 번이나 있었을까 삶이란 것의 존립이야 모세혈관처럼 묵묵하고 꿋꿋한 일상으로 가능하겠지만 가끔은 고동치는 환희로 두근대며 삶의 통행증처럼 가슴에 도장 하나씩 꽝꽝 찍어주는 순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그저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1.04
참담한 일 하나(15.11.3.) 내가 너를 생각하매 연민을 가장 앞에 두어야 하겠지만 아무리 만병통치의 아름다운 연민을 들이대어도 경멸과 미움을 깨끗이 걷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둘 중 더욱 치명적인 것은 경멸이 될 것이다. 경멸은 너와 나의 공멸을 각오하는 최후의 시나리오 참담한 일이다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1.03
따뜻한 세상을 위한 실천 캠페인^^(15.11.3.) 내 마음을 값싸게 내놓으마 달콤한 위로의 드로프스 한 알이면 된다 내 마음을 사주기만 한다면 허그라도, 덤이라도 얹어 더욱 로맨틱하게 백허그라도 해주마 내 본디 우울이 골수에 배인 사람이지만 처방은 의외로 단순하고 저렴하다 밥은 먹었나요? 많이 춥지요? 방은 따순가요? 가을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1.03
이소(15.11.2) 대문 앞 우편함 안에 딱새 한 쌍이 알을 놓았다 딱새가 온 세상처럼 끌어안은 다섯 개의 알 어린 아이의 흰자위처럼 서늘한 그 푸른 알을 나는 신실한 생활의 좌표처럼 읽어 보곤 했다 지나칠 때마다 엄숙의 지경에 이르도록 숨을 삼키고 까치발로 걸으며 즐거이 객 시집살이를 자청하였..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