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은 이미 12월의 문간을 서성이는데
겨울은 어느 모퉁이에 주저 앉아 있는지
이 겨울 한 번 버텨볼 희망이
영 터무니 없지는 않게 따뜻한데
나는 또 저문 저녁처럼 허둥대며
전의도 없어 보이는 겨울을 대비한다
내 삶에 겨울은 어쩌자고 늘 처음이라
따뜻한 옷, 따뜻한 신
구석구석 다람쥐처럼 든든한 음식에
긴긴 겨우내 어느 산간에 숨어
호롱불 심지 돋우며 지샐 양인지
한숨 깊은 책들도 첩첩 쌓고 있다
내 꿈은 그런 모양이다
등 시리지 않게 따뜻이 입고
잘 먹고 꾸벅꾸벅 졸고
창 밖엔 사르락사르락 눈이 내리는데
나는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글 한 줄 읽고 눈풍경 보며 한나절 해찰하며
그리도 부러울 유배를 살고 싶은 모양이다
못 믿을 이들도 다 의절하고 나면
이제 나의 겨울은 요새처럼 튼튼하다
가을이 다 저물도록 갈무리를 못하고
갈래갈래 머리 풀고 떠도는 건 실상은,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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