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월동준비(15.11.20)

heath1202 2015. 12. 11. 06:29

달력은 이미 12월의 문간을 서성이는데

겨울은 어느 모퉁이에 주저 앉아 있는지

이 겨울 한 번 버텨볼 희망이

영 터무니 없지는 않게 따뜻한데

나는 또 저문 저녁처럼 허둥대며 

전의도 없어 보이는 겨울을 대비한다

내 삶에 겨울은 어쩌자고 늘 처음이라

따뜻한 옷, 따뜻한 신 

구석구석 다람쥐처럼 든든한 음식에

긴긴 겨우내 어느 산간에 숨어

호롱불 심지 돋우며 지샐 양인지

한숨 깊은 책들도 첩첩 쌓고 있다

내 꿈은 그런 모양이다

등 시리지 않게 따뜻이 입고

잘 먹고 꾸벅꾸벅 졸고

창 밖엔 사르락사르락 눈이 내리는데

나는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글 한 줄 읽고 눈풍경 보며 한나절 해찰하며 

그리도 부러울 유배를 살고 싶은 모양이다

못 믿을 이들도 다 의절하고 나면

이제 나의 겨울은 요새처럼 튼튼하다

가을이 다 저물도록 갈무리를 못하고

갈래갈래 머리 풀고 떠도는 건 실상은,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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