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여생(15.12.21)

heath1202 2015. 12. 21. 22:58

이제부터 내 앞의 생은 여생이라고 하자

저도 못미더운 마음의 지침이

한참을 미래와 여생 사이를 갈팡질팡 하다가

슬그머니 여생 위에 포개어 섰다

이제 나에게는 미래가 없다

나는 이제 재게 걷지 않는다

때로는 제 그림자에 발이 걸려 비척이고

가끔 제 흥에 겨워 해찰이 해걸음인 

초췌한 몰골의 과거를 데리고 가며

여생은 굳이 재촉해 갈 길이 없다

가끔 물색없이 튀어 나오는 꿈이야

저혼자 도깨비처럼 겅중대라 하고

나는 다만 해지기 전에 자박자박

조금 멀리 걸을 수만 있으면 한다 

순정처럼 마음이 달떠 꽃이 벙글고

마음에 푸른 그리움

길게 드리우고 싶은 때도 있겠지만

아니다,

내 몫이 아닌 것은 아니어야 하리

오래지 않아 다리는 휘어 안짱다리가 되고

아무리 으시대도 허리는 굽을 것이다

그게 그리 서러우랴

비록 시간 위에 깊이 새긴 역사는 없어도

누구나 역사를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업적을 쌓아보자 꿈 꾸어야 할 일도 아니니

죽음을 지척에 두고 이만큼 견뎠으면

장하다 치하할 만한 노고다

이제 파장에 이르는 내 삶의 난전에

하물며 싸구려 즐비한 내 삶의 품목에

새삼 부질없는 꿈 하나 더 보태랴

영문을 찾을 겨를 없이 지나온

헤프고 애달펐던 시간들

일삼아 뉘우칠 것 없다

여생이란 자고로 엄숙을 경계하고

웬만한 갈무리를 칭찬할 일이다

생의 마지막 다정함을, 따뜻함을 추스려

외로운 삶의 종국을 위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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