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너에 대해 묻는데 할 말이 없다
너와 눈 맞추어 본 적이 없었으므로
이제와 새삼 너를 궁금해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씁쓸하고 서글프기는 하다
그림자인 줄도 모른 채
그림자와 보낸 시간이었다
네가 공허하게 지껄여댄 말들처럼 너도 한가지였다
사실, 그림자였으니 꼭 너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동안 몇 계절이 지나갔고
지금 또 한 계절이 지나고 있다
나는 네 삶의 밖에 서서
손을 모으고 처분을 기다렸다
기약없는 시간들을 근신하듯 살았고
마지막이 될 또 한 계절을 또 그리 보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사람 간에
보통은 무엇이 가능할까
못해도 너에 대한 브리핑 정도는 거뜬해야 하고
나만 아는 너의 소소한 습관 몇 가지쯤 있어
혼자 비시시 웃기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는 한 번도
네 마음 안으로 환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
너에 관한 구체적 진실이 나에겐 없다
참 남부끄럽다
도대체 오래 안 사람 맞아요?
그렇다는군요
낙엽이 지기 시작했다
더이상 한 몸으로 피가 돌지 않는 저 잎들은
나무의 삶에서 떨궈지고나도
제 한 몸 썩어져 징하게 사랑의 길을 잇는다
사람과 달라서 그것은 퍽도 아름답다
사람은 그렇질 않다
그리 할 수도 없고 그리 할리도 없다
떨구어진 마음에는 독이 고이고
슬픔과 증오의 독으로 피아를 죽여간다
징하게 깊고도 길게 가는 독이다
이제 너는 그냥 조금 아는 사람이다
오래 스친 것 뿐이라고 나는 너를 말할 참이다
살기 위해 내가 강구하는 방법이다
너로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나로서는 잔혹하게 너를 벌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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