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15.10.6)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견뎠다 피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쯤 감내 못할 일도 아니라 생각했다 내가 너를 사랑한 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여섯 시 기상 따위 내 일과처럼 한결같은 너를 사랑하는 내 지침이었다 그리도 너그럽고 참을성 많은 말이었다 네가 바란 일은 아니..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0.30
우두망찰...(15.10.28) 삶이 내보일 것 없이 초라했어도 사랑이 있어 비루해지지는 않았고 간밤의 깊은 우울도 사랑으로 하여 더는 고질이 되지는 않을 거란 순진한 희망을 키우기도 했다 가끔 사랑으로 의기양양 하기도 하였고 삶이 제법 그럴싸하게 살만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사랑을 잃었으니 이제는 어찌..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0.28
정리 2(15.10.23) 많은 것들이 내 생에서 빠져 나갔다 많은 세월을 살았으나 세월은 축적되는 것이 아님을 알겠고 이제 드는 이보다 나는 이가 많다 사랑도 그랬다 때없이 동정 없는 사랑이 빠져 나갔다 떠나간 것들은 대개는 다시 오리란 기대가 없다 세월을 꽤 산 다음에 깨닫는 것은 고매한 삶의 진리는..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0.23
즐거운 상상(15.10.19) 내가 먼 곳에 출타를 한 동안에 한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결혼을 했다. 부조의 경계에 있을 만큼 간신히 아는 사이라 내가 조문을 안간다고 원통해서 관이 무거워질 일이 없고 내가 축하를 안 한다고 신혼의 단맛이 밍밍해 질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경우엔 좋은 게 좋다는 것이 황금률 삶..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0.19
애인 3(15.10.17) 오늘 나의 애인은 슬프다 내 생의 마지막 애인이라서 본디도 슬픈 그이지만 오늘은 내 아는 슬픔이 무렴하게 슬프다 그는 오늘 후배의 빈소에 조문을 갔다 아직 젊은 내 애인보다 더 젊은 후배는 죽음의 무작위성을 증명하며 돌연 저 혼자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이들은 황망하다 슬픔조..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0.17
종결(15.10.12) 다 되었다 끝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끝났다 도리 없는 일이다 조금 더 홀가분하게 소멸과 가까워졌다. 구원의 꿈이 없어 참 다행이다 댓가 없는 보상은 없을 테니 승산도 없고 약속도 없는 희망으로 오리무중의 삶을 얼마나 견뎌야 했을 것인가 살아온 날보다 결코 만만치 않을 꿈..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0.12
폭우 그친 아침 넋두리(15.9.) 울지 말아라 나 또한 간밤 풍파에 두드려 맞은 듯 쓰리고 아프다 우리에게 충일의 때가 몇 번이나 있었던가 있기는 있었던가 아픈 살끼리 부대껴 본들 지난한 인내의 보람이 있을 리 없다 잘 가라 솔잎 끝 아침 햇살에 거짓말처럼 낭랑한 물방울,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느냐고 묻는다 희..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0.06
무던히 살기를 꿈꾼다(15.10.4) 외롭지 않자고 또 뻘짓을 했다 왁자한 난전에 나를 또 내어 놓고 말았다 내키지 않는 모임에 나가 다정하지 않는 이들과 궁금해 하지 않는 얘기를 했다 어느 날은 부디 날 잊어주길 빌며 구석에 구겨져 있다가 예의가 건성인 이들에게 예의 있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밀물 든 자리처럼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0.05
가을 안부(15.10.2) 가을이므로 너에게 안부를 전한다 어제 내가 걸은 숲길에 자작나무가 눈부셨다 무엇이든 빛나게 하는 찬란한 가을 햇살 탓이었겠지만 네가 그리운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가당찮은 마음이긴 했다 너를 생각하매 별스러울 것 없는 사랑이었다만 설운 사랑이 되지 않아야 했으므로 그럴싸.. 다시 새겨볼 마음 2015.10.02
정산 2(15.9.25) 너를 생각하매 사랑 따위는 낯 간지럽고 다만,아침부터 빚 내러 온 듯 비굴하고 처량하다 어쩌자고 나는 그리 천덕꾸러기가 되어 네 마음을 빙빙 돌며 흘끔거리게 되었던 건지 내가 그렸던 것은 그저 매운 봄날, 먼 곳에서 들려오는 꽃소식 초하의 벌판에 내리는 연초록빛 가는 비, 하늘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