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을 꺾다(15.6.23) 톡, 꽃을 꺾어 보았네 한 낱의 풀꽃 목숨이 가볍기가 한 방울 툭, 맥 없는 눈물 만도 못했네 후회를 했네 내 손 안에서 꽃이 아무 쓸모짝 없어 열적었네 어찌 할 바 몰라 들여다 보다가 슬그머니 풀섶에 떨구었네 건넬 사람도 없는 꽃을 꺾었네 꽃이 그리 무색하기는 처음이었네 입에서 군..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6.23
저녁 산책(15.06.16) 너를 기다리는 일이 아주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해걸음 녘을 잠깐 언덕에 올라 서성였다 긴 그림자를 앞세우고 뒤세우며 느릿느릿 걷거나 하루의 마지막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에 눈을 홀리거나 저녁 바람에 수런대는 나무잎 소리를 숨죽여 들으며 내가 누군가를 굉장히 그..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6.17
따뜻한 서신(15.6.12) 지금쯤 나는 그대에게 잊혀지고 있을 테지 오래된 폐가의 녹슨 함석지붕처럼 부실해져 가는 기억의 파편으로 부서져 가고 있을 거다 잊혀진 그 집의 앞마당에는 저혼자 하얗게 개망초가 터지고 있겠지 드물게 잠깐씩, 나를 그려 그대 마음이 가만 일렁였으면 좋겠다 바람이 부는 날에 그..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6.12
유월의 숲에서(15.6.11) 순혈의 초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오늘 나는 기필코 저 숲에 나를 버려야지 염치 없이 겁도 없이 자박자박 걸어 들어간다 굵은 등걸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면 나는 그 목숨의 과묵함이 뭉클하다 소박한 풀꽃만큼도 환희가 없고 길모퉁이 만큼도 설렘이 없는 삶을 목이 메어 살아낸 나도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6.11
참 힘든 새 날(15.6.5) 새날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더워진 거 말고는 초여름의 심상한 아침이었지만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 사람처럼 나는 새 아침의 다짐을 해 보았다 지난 밤에 울먹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불현 내 삶의 온갖 지리멸렬한 슬픔이 허무의 공허한 자유를 뒤통수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6.05
세상없이 슬픈 남자를 사랑하다(15.5.22) 슬픈 남자 하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의 슬픔을 다는 모르고 그가 말한 만큼만 안다 그의 슬픔이 말보다 클지 말이 슬픔보다 큰건지는 알지 못하지만 야윈 어깨 위 그의 슬픔이 남의 몇 곱절인 건 알 수 있다 도깨비처럼 안개에 젖어 헤매는 걸 보면 짐승의 눈이 하는 얘기를 알아듣는 걸..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5.22
살육의 辯(15.05.19) 어차피 뜰에 피고 지는 꽃에 시선 둘 여유가 없고 나뭇잎이 무성한들 그늘에 들어 쉴 일도 없다 아무려나 내 무심한 만큼 나하고 무관하게 저희들끼리 희희낙락 한 생 살아보라 했더니 해도 너무 한 것이 염치도 거침도 없이 어린 나무들이 담을 타 넘어 감히 이웃의 영토에 난입하기 시..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5.21
아직도 자주 부끄럽다(15.5.13)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정념이 끓고 그리운 게 많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세월이 갑옷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관성이나 습관의 딱지 정도는 되어 일상의 웬만한 소요 쯤 무감하니 아둔의 평화를 누려야 옳을 터인데 기력 잃은 노쇠의 정신과 육신이 내리는 빗줄기 쯤에도 마음을 다쳐가..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5.13
이게 사랑이겠는가(15.05.07) 네가 나에게 올 때엔 너의 근심과 우환은 내려 놓고 오려므나 너의 외로움, 슬픔, 고통 다 두고 마른 낙엽 같은 스산한 마음 어린 잎을 태질하는 빗발같은 거친 마음 곱게 어르고 죽여 나에겐 잔잔한 설렘만 품고 오려므나 줄을 타듯 하루하루 이어가는 삶 나는 많이 지쳤고 이제는 그저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5.07
다 고단한 탓이다(15.4.24) 사랑도 일없을 만큼 지치는 날이 있다 기운 다 빨리고 영혼이 빠져나가 낡은 넝마 꼴로 바닥에 널부러진 제 꼴을 구경꾼처럼 물끄러미 보고 있을 때가 있다 인정없는 누군가 날더러 보라고 던져놓은 저것,이 나다 내 삶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회생의 가망 없는 몰골을 지켜보는 일 뿐 안..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