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더워진 거 말고는
초여름의 심상한 아침이었지만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 사람처럼
나는 새 아침의 다짐을 해 보았다
지난 밤에 울먹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불현 내 삶의 온갖 지리멸렬한 슬픔이
허무의 공허한 자유를 뒤통수 치며 용트림 했던 것이다
게다가 사랑도 잃고 의지가지 없어서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가련한 인간 같았다
깨어 맞은 새벽은 담담했으나 단호해서
나는 어쩌면 새 사람이 될 듯도 싶었다.
하여 채 기쁘지는 않았으나 새 사람답게
창세기를 열듯 시 한편을 읽었다
하지만 새날의 장한 마음은 좀체 들지 않고
시를 쓴 장년의 사내는 나보다 백배는 지쳐있어서
나는 사는 일이 본디 다 슬프구나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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