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따뜻한 서신(15.6.12)

heath1202 2015. 6. 12. 15:18

지금쯤 나는 그대에게 잊혀지고 있을 테지

오래된 폐가의 녹슨 함석지붕처럼

부실해져 가는 기억의 파편으로 부서져 가고 있을 거다

잊혀진 그 집의 앞마당에는 저혼자 하얗게 개망초가 터지고 있겠지

드물게 잠깐씩, 나를 그려 그대 마음이 가만 일렁였으면 좋겠다

바람이 부는 날에 그대 마음에 잠깐  머뭇거리다 간 누군가를

당신이었는가, 그대 혼잣말 할 때가 있었으면 좋겠다

손톱에 갇힌 초승달처럼 애틋하지는 않아도 된다

그대도 삶이 분주하고 하루하루가 지쳐

가슴 깊은 추억을 꺼내어 닦고 어룰 겨를이 없는 줄 안다

하지만 그대 기억의 흐린 거울 속에서

나를 쓸쓸히 울게는 하지 말아다오

삶이 가난하기로 친다면

잊혀지는 나보다 잊고 있는 그대가 더욱 서늘할거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고 추억마저 종래 슬픔으로만 남으랴

슬픔 뿐이라면 남은 생을 견디는 일이  

홀로 저승의 강을 건너는 일보다 덜 아프고 덜 두려우랴

그러니 그대, 조금 못난 사랑이었으나 그 사랑

때로 의지로 삼을 만한 뭉클함도 없지는 않을 테니

사랑 잃은 가여운 이름 가끔 애닲퍼져 불러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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