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유월의 숲에서(15.6.11)

heath1202 2015. 6. 11. 00:50

순혈의 초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오늘 나는 기필저 숲에 나를 버려야지

염치 없이 겁도 없이 자박자박 걸어 들어간다

굵은 등걸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면

나는 그 목숨의 과묵함이 뭉클하다

소박한 풀꽃만큼도 환희가 없고

길모퉁이 만큼도 설렘이 없는 삶을

목이 메어 살아낸 나도 덩달아 뭉클하다

이제 흡족한 사랑 뒤처럼 숨결이 편안해져

삶의 마른 등을 애잔히 쓸어줄 수 있을 듯 하다

 

하늘에 점점 지문처럼 찍힌 푸른잎, 어지럽다

켜켜이 심연이 되도록 포개고 또 포개는 초록의 초록 

초록 안의 또 초록의 품에서

나는 황홀한 영생을 얻은 듯 노곤해서

모처럼 내 잠이 고양이처럼 길어져도 좋겠다

어느날 나는 초록의 숲에서 기꺼이 길을 잃고

홀연히 산짐승처럼 사라질거다

사는게 곤해 발을 끌며 가 이들에게

종달새처럼 명랑한 사건이 되었으면

지친 당신도 그렇게 사라지고

또 그렇게 돌아오면 좋겠다, 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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