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통속적으로 ...(15.4.24) 너는 나와 걷는 것이 즐겁지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꽃이 흐드러졌는데 네 마음은 좀체 헤퍼지질 않는다 네 얼굴에는 좀체 꽃물이 들지 않는다 함께 했던 시간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이제 세상 가장 서늘한 사람 사이가 되어 너와 나는 꽃그늘 아래 멀뚱하다 꽃그늘 아래서 이렇게 씁쓸..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4.24
내가 삶에 진지하지 않은가(2015.04.23) 나도 낙숫물을 응시하는 고양이처럼 골똘하게 나의 삶을 들여다 볼 때가 있다. 내 생에 드물게 빛나는 찰라를 움키고자 날벌레를 나꿔채는 고양이처럼 날래질 때도 있다 결국 별 보잘 것 없음을 판정했음에도 나는 내 삶에서 시선 거둔 적 없이 악착이라 해도 좋을만큼 성실하게 내 삶을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4.23
꽃의 장례(15.04.20) 꽃이 진다 아, 단 한 음절 탄식에 꽃의 온 생을 실어 작별을 고한다 꽃을 보내는 길이지만 실은 지는 내 한 때도 추레한 등짝을 보이며 떠나고 있다 이제 사라지는 것들에 반드시 작별을 하기로 한다 사느라 애쓴 목숨들이 가여워서 초라한 위무의 의식이나마 치루기로 한다 나는 너를 기..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4.20
어떤이의 꽃구경(15.04.17) 휘황한 꽃길을 내달린다 이렇게 화사한 봄날인데 잔혹한 동화처럼 일하러 간다 나는 전사처럼 일하러 간다 분한 마음이 인다 내가 이러자고 세상에 왔던가고 이러자고 세상을 사는가고 내 삶의 손익을 시시비비 따져가며 소가지 난 아이처럼 아무나 붙들고 떼를 쓰고 싶어진다 삶에서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4.17
기권패(15.04.14)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너는 나를 당하지 못한다고 자신했었다 더 사랑하고 더 아프고 더 잊지 못하는 일은 내 삶에 다반사 나로선 끼니 잇는 일 만큼이나 심상한 일이라고 장담했다 처절하게 버림 받음으로써 나는 너를 이길 줄 알았다 허나 이제 나는 나의 패배를 인정해야겠다 전의가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4.14
남의 꽃을 탐하다(15.04.13) 이 나이기 되도록 보기 좋은 꽃나무 한 그루 갖지 못했다 며칠 죽어 있으면 좋겠구나 하는 참인데 보니 저만치 기와가 다 삭은 구옥에 청아한 매화꽃 가지가 담을 타 넘고 있다 연일 사날은 궂고 바람도 거친 참인데 환한 꽃가지는 투철하게 이 집을 지켜낸 모양이다 저 이쁘고 믿음직한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4.13
사는 이유(15.04.13) 기쁨은 의지로 삼기에는 너무 인색하고 고통은 일상이 되어도 내성이 생기질 않는다 예를 들어 외로움이 그렇다 내 기억 속의 외로움이란 잠시도 한갖지게 내려 놓은 적 없는 만성 위장병 같은 동반자였으나 외로움의 싸늘한 한기가 시간을 장복한다고 조금도 덜어진 적이 없다 내가 감..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4.13
길에서 차 태워 드린 어느 할머니(13. 10. ..) 여든 넘은 몸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려니 삼십리 넘는 길을 종일 걷고 걸어 어머니 아버지의 묘를 다녀오는 길은 해가 반은 산너머로 기운 저물녘이다. 흐려진 기억 속에 구비구비 가물가물한 산길을 걸어 찾은, 오라비 가시고 난 후 오라비 대신 드문드문 조카가 보살피는 부모님 무덤이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4.07
꿈을 꾸어 볼 것을(15.03.30) 가슴에 꿈 하나 쯤은 품었어야 했을 거야 그리하여 지쳐 빠질 때 기신기신 천근 만근 몸을 일으켜 세워야 했던 것이야 뜨거운 해 같은, 달 같은, 별 같은, 꽃 같은, 장미꽃 같은, 없는 듯 있는 듯 들꽃 같은 산 같은, 바위 같은, 작은 손 안에 쏘옥 드는 조약돌 같은, 바람 같은, 믿음직한 기..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3.30
광풍 불던 날에(15.03.27) 광인의 울분같은 바람이다 오늘 나는 나를 등 떠밀어 저 극악한 바람 속으로 내몰아야겠다 들큰한 자기애가 메스껍고 알량한 오만방자함이 부끄럽다 저 따가운 흙바람 속을 비틀거리며 살아온 날들이 통한이길 바란다 바람 속에서 꺽꺽 울어가며 숨을 데 없는 짐승처럼 공포에 떨어 보..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