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한 꽃길을 내달린다
이렇게 화사한 봄날인데
잔혹한 동화처럼 일하러 간다
나는 전사처럼 일하러 간다
분한 마음이 인다
내가 이러자고 세상에 왔던가고
이러자고 세상을 사는가고
내 삶의 손익을 시시비비 따져가며
소가지 난 아이처럼
아무나 붙들고 떼를 쓰고 싶어진다
삶에서 제일 어려운 과업이 꽃보는 일이라니
꽃이 떠나는데 붙들고 울지도 못한다니
죽은 아이나 다름 없는 봄
안아보지 못하는 꽃, 무상한 꽃
찌질하게 애걸이라도 해서 얻고 싶은 봄, 꽃
내 삶에 들이지 못한 봄꽃과 함께
올봄도 내 생 한 조각이 일식처럼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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