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남의 꽃을 탐하다(15.04.13)

heath1202 2015. 4. 13. 15:49

이 나이기 되도록 보기 좋은 꽃나무 한 그루 갖지 못했다

며칠 죽어 있으면 좋겠구나 하는 참인데

보니 저만치 기와가 다 삭은 구옥에

청아한 매화꽃 가지가 담을 타 넘고 있다

연일 사날은 궂고 바람도 거친 참인

환한 꽃가지는 투철하게 이 집을 지켜낸 모양이다

저 이쁘고 믿음직한 꽃을

왜 나는 심지 않았던 걸까, 심지 않는 걸까

갈망의 반의 반 만큼만 되었어도

만한 꽃나무 백 그루는 가졌을 터인데

고질이 되어버린 허언증처럼 내 마음도 나를 실소하며 

그러려니 잠시의 허영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하여 봄만 되면 더욱 가난해지는 게 나의 삶이다

세상이 온통 꽃천지인데 내가 보탠 것은 한 가지도 없으니

봄날의 쓸모를 생각할 때 나는 역시나 언제나처럼

남에게 기대는 생임이 분명하다

 

저 집은 환한 꽃나무 한 그루 초병처럼 세우니

때묻고 옹색한 생활이 하나 부끄럽지 않아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의기양양 사람을 불러 모아도 되겠다

 

 

 

 

'다시 새겨볼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이의 꽃구경(15.04.17)  (0) 2015.04.17
기권패(15.04.14)  (0) 2015.04.14
사는 이유(15.04.13)  (0) 2015.04.13
길에서 차 태워 드린 어느 할머니(13. 10. ..)  (0) 2015.04.07
꿈을 꾸어 볼 것을(15.03.30)  (0) 201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