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길에서 차 태워 드린 어느 할머니(13. 10. ..)

heath1202 2015. 4. 7. 16:06

여든 넘은 몸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려니 삼십리 넘는 길을 종일 걷고 걸어 어머니 아버지의 묘를 다녀오는 길은 해가 반은 산너머로 기운 저물녘이다. 흐려진 기억 속에 구비구비 가물가물한 길을 걸어 찾은, 오라비 가시고 난 후 오라비 대신 드문드문 조카가 보살피는 부모님 무덤이 오늘따라 더욱 쓸쓸하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 친정은 슬그머니 지워진 쓸쓸한 이름이 되었고 기억 속의 부모는 할머니보다 젊은 모습인 채 나이먹기를 멈추었다.  머지 않은 곳에 언니의 무덤이 있어 그곳에도 다녀왔다.  언니가 가까이 있어 다행인데 오늘따라 언니가 그리워 눈물이 났다. 곱던 언니, 다정하던 언니, 부모 돌아 가시고 부모처럼 품어주던 언니. 세상에 가장 정다운 이름의 피붙이. 요새는 살아 있는 얼굴보다 떠나간 얼굴이 보고픈 날이 훨씬 많다얼른 보고픈 사람들 만나러 떠났으면 좋겠다.  뼈도 삭고 살도 녹아 깃털처럼 가벼운 몸인데 왜 이리도 이승 뜨는 일이 뜻대로 되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한나절을 걸어 어쩌면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부모도 보고 언니도 보아 마음이 흡족해야 하는데 해는 뉘엿뉘엿 기우는 마당에 가는 걸음은 의지가지 없이 허청거리고 남은 길은 얼마나 될런지 참 세월만 섧다.

 

웅포대교 넘어 낯선 강가 마을에 할머니를 내려 드렸을 때 할머니의 육십 먹은 아들이 정신이 온전치 않은 할머니를 찾아 애가 닳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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