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의지로 삼기에는 너무 인색하고
고통은 일상이 되어도 내성이 생기질 않는다
예를 들어 외로움이 그렇다
내 기억 속의 외로움이란
잠시도 한갖지게 내려 놓은 적 없는
만성 위장병 같은 동반자였으나
외로움의 싸늘한 한기가
시간을 장복한다고 조금도 덜어진 적이 없다
내가 감히 벙글어지는 행복을 꿈꾸기라도 했겠는가
내 생에 할당된 메뉴는 내가 잘 안다
그저 삶을 갉아 먹지나 말았으면 하는 만큼의 근면과
스스로 삶을 무너뜨리는 비겁 만은 피할 수 있을 만큼의 투지
내 삶에 떨지 않을 만큼의 미적지근한 희망을 바란 게 다다
행복이란 게 꿈을 꾸지 않아도
생각 만으로 이미 불온한 시대에
숨 고를 겨를 없는 이 지난한 악전고투
사막같은 삶의 황막함 속에서
이를 악물고 풀어내야 할 삶은
결국 어떤 진실을 드러낼 것인가
사는 데 지쳐 생 앞의
시간을 살해하고 싶은 날이 없지는 않다
다만, 제대로 대적 한 번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시 새겨볼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권패(15.04.14) (0) | 2015.04.14 |
---|---|
남의 꽃을 탐하다(15.04.13) (0) | 2015.04.13 |
길에서 차 태워 드린 어느 할머니(13. 10. ..) (0) | 2015.04.07 |
꿈을 꾸어 볼 것을(15.03.30) (0) | 2015.03.30 |
광풍 불던 날에(15.03.27) (0) | 2015.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