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꿈을 꾸어 볼 것을(15.03.30)

heath1202 2015. 3. 30. 21:17

가슴에 꿈 하나 쯤은 품었어야 했을 거야

그리하여 지쳐 빠질 때 기신기신

천근 만근 몸을 일으켜 세워야 했던 것이야 

뜨거운 해 같은, 달 같은, 별 같은,

꽃 같은, 장미꽃 같은, 없는 듯 있는 듯 들꽃 같은

산 같은, 바위 같은, 작은 손 안에 쏘옥 드는  조약돌 같은,  

바람 같은, 믿음직한 기둥 같은,

폭풍 같은, 달빛 쏟아지는 바다 같은,

거칠거나 곱거나 그 무엇이든 우리가 아는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형용하고 싶은 꿈

꿈이라는 게 참 신통한 것이

꾸고 또 꾸다 보면 저 혼자 목숨을 이어 부지하고 

덩치를 키워가며 제가 나서

육신 고단한 제 주인을 끌고 다닌다는 거지

어찌 되었던 살게 하더란 거야

설령 분칠을 잊은지 오래

시든 꽃처럼 바스러져 가는 여자라도

세상의 뭇매를 흠씬 맞고

눈치 보며 자란 아이처럼 가련해져선

쭈삣쭈삣 게걸음으로 떠돌던 사내라도

어느 때 거친 볼에 꽃물이 살짝 들었거든

입 끝에 연한 이파리 같은 웃음이 살짝 물려 있거든

가난한 생에 고마운 꿈이 들었나보다 할 것이지

나도 몰래 하나 입에 물고 오래 굴리는 사탕처럼

달착지근한 꿈 하나 품었던들

남 보이기 부끄러운 꿈 하나 있었던들

가끔씩 숨겨둔 애인의 사진을 꺼내어 보듯

혼자 비실비실 웃기도 하며 살 수 있었을 텐데

그 뻔한 사실 하나를 깨우치지 못한 탓에

오만에 겨워 제 줏대를 너무 믿은 탓에

삶의 달콤함을 아스라이 놓아 버린 거지

남들 다 꾸는 꿈 하나 품지 못하여

이렇게 처량히 주저 앉아

저혼자 비척비척 떠나는 삶의 뒷통수를 보고 있는 거지

 

 

 

 

 

 

'다시 새겨볼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 이유(15.04.13)  (0) 2015.04.13
길에서 차 태워 드린 어느 할머니(13. 10. ..)  (0) 2015.04.07
광풍 불던 날에(15.03.27)  (0) 2015.03.27
굳은 결심(15.03.26)  (0) 2015.03.26
네 이름을 부른다(15.03.25)  (0) 201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