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꽃의 장례(15.04.20)

heath1202 2015. 4. 20. 13:09

꽃이 진다

아,

단 한 음절 탄식에 꽃의 온 생을 실어 작별을 고한다

꽃을 보내는 길이지만

실은 지는 내 한 때도 추레한 등짝을 보이며 떠나고 있다

 

이제 사라지는 것들에 반드시 작별을 하기로 한다

사느라 애쓴 목숨들이 가여워서

초라한 위무의 의식이나마 치루기로 한다

나는 너를 기억하려

지는 목숨이라고 부디 너무 서러워는 말라고

입에 발린 빤한 위로라도 해 주어야겠다

 

목숨의 무게가 다 같다고는 못하겠지만

제각기 제 목숨에 대한 애틋함이야 어찌 다르랴

떠나는 것에 대한 값싼 일별도 없이

가여운 생 하나를 무지르진 말기로 하자

 

꽃과, 사람과, 잠시 머물렀던 모든 목숨의

아, 한 마디가 똑같은 중력의 슬픔으로 쿵, 낙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