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너를 잃겠구나(14.12.21) 그 기진한 몰골, 속옷도 챙기지 못하고 몽중에 또 어딜 헤매다 훌훌 벗어 던지고 왔나 눈 멀게 아름다운 이라도 만났더라만 다행이련만 어디 불한당이라도 만나 마음만 다쳐 돌아오진 않았는지 무릎에는 또 까닭 모를 상채기 밤새 또 누굴 찾아 헤매다 고꾸라졌나 아는 이는 귀신에 홀려 ..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21
Good Company(14.12.16) 다섯이 있어도 셋이 있어도 단 둘이 있어도 한번도 누구를 목소리로 이겨본 적이 없는 그가 가끔 차 한 잔을 들고 작은 휴게소 앞에 외딴섬처럼 서 있다 했다 모두가 하나같이 비탈을 구르는 돌처럼 돌진하는 출근 시간에 감히 끼이익 끽 고꾸라질 듯 제동을 걸고서 말이다 긴 겨울 끝, 마..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16
대면(14.12.11) 내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겠다 그 얼굴엔 잔잔히 세월만 흐르진 않았으리 반짝반짝 가을 강물처럼 빛나던 날이, 혹은 영원일 듯 으스댔을 광휘도 몇 번은 있었겠지만 이제는 모래로 스러진 사막의 유적처럼 나의 세월은 흔적도 없고 이리 살았소 자부심 당당한 굵은 주름 하나가 없다 ..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11
애증(14.12.11) 나는 네가 그립다 하지만 그건 성공했다, 실패했다, 웃었다, 울었다 처럼 단적인 얘기일 뿐 영점 일 퍼센트 차이로 이겨도 이긴 건 이긴 것처럼 나의 그리움도 그와 같다 실은 밉다, 밉고 밉다, 물어 뜯고 싶게 밉다 그럼에도 나는 네가 사무치다 할 수 밖에 없다 미움보다 단 한 점 더 그리..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11
나라는 나(14.12.09) 나는 어디에서 나를 잃었나 나도 모르는 나를 사람들은 주워온다 저무는 강가에 홀로 섰었는데 분명 억새하고만 바람을 맞았었는데 화사한 나들이도 아니었는데 군중 속에 나는 그림자만도 못했을 텐데 추운 거리를 주눅든 아이처럼 외로 꼬았을 텐데 어두운 숲을 세상 끝처럼 걸어 들..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09
그대 길 떠나다(14.12.09) 성글게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폭설이 내릴거라는 소식에 당신은 서둘러 길을 떠났다 깊고 깊게 눈이 쌓이고 그 눈 더디 다 녹을 봄까지 겨울 잠자는 짐승처럼 오래오래 머물러 있어도 좋았을걸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09
위로(14.12.07) 그만하면 되었다 너, 비 젖은 낙엽길을 밤새 헤맨들 누구 하나 네 족적을 찾을 수 없겠지만 어느 날 네가 슬그머니 사라진들 두고 두고 너를 그릴 이도 없겠지만 누군들 그러하지 않겠느냐 없는 이를 기리기에 삶은 눈앞이 캄캄한 절벽이고 내 시린 지금, 살을 부비며 뜨거울 수 없는 너를..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07
만사 다 부질없다는 너에게(14.12.05) 너 진정 이도 저도 다 번거롭고 부질 없다면 차라리 우리가 너를 버려야겠다 우리를 부정하는 너에게 무수한 기회를 주었으나 너는 막장에 이르도록 돌이키질 않는구나 오만한 너, 짜증나는 너 저무는 겨울날처럼 쓸쓸한 주제에 언 쓰레기나 뒤지는 어린 고양이처럼 가련한 주제에 너는 ..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05
태생적 고립(14.12.04) 당시 내 뜻이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치명적으로, 말하기가 귀찮았었고 뒤엉킨 심사를 정리해내는 것을 상처받은 네 몫으로 미루었다 나는 진술을 해야 했던 것이고 발화를 하고 싶어야 맞는 것이었고 적어도 아, 아니라구! 쯤은 했어야 했다. 나에게는 설명이, 해명이 번거로웠..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04
어쩌면 이런 사랑도(14.12.02) 나는 혼자 밥을 먹고 때때로 고양이를 밥상에 앉혀 놓고 밥을 먹고 혼자서 웅크려 잠을 자고 때때로 칭얼대며 파고 드는 고양이를 품고 잠을 자고 혼자서 네가 따라 흥얼거릴 수 없는 음악을 듣고 혼자서 너 모르는 세상을 밤내 헤매다 돌아오고 혼잣말을 무시로 하고 혼자서 텔레비전을 ..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