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다는 것(13.12.27) 다 지워져 버리고 있다. 내 삶의 어느 땐가 누군가는 가슴을 잡아뜯고 싶게 그리웠고 추운 가슴이 한 켠부터 녹아내리며 따뜻해지는 이였으며 눈물이 뚝뚝 듣게 밉기도, 청명한 하늘처럼 기쁨이기도 했었으리라. 그 누군가가 머물던 곳은 그의 온기와 냄새가 있었을 것이고 함께 한 몇 순.. 다시 새겨볼 마음 2013.12.27
깨우기가 쉽지 않다(13.12.13) 여러 날을 말을 잊고 살았다. 한동안 감정의 잉여가 좀체 없다. 일용할 양식처럼 간신히 생존을 위해 쥐어짜는 말 말고는 허투로 마음을 흘리는 일이 없다. 참 각박하고 무미한 생활이다. 감정의 고갈이 결국 미이라로 남을 것 같다. 외국의 어느 박물관에서 본 시커멓고 끔찍한 몰골의 미.. 다시 새겨볼 마음 2013.12.13
이별을 통해 삶을 배운다(13.11.11) 비가 조금 내리더니 날이 찹니다. 이삼일 전까지만 해도 맑은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던 고운 잎들이 지고 성긴 가지만 남았습니다. 금요일 날 잠깐 가을의 마지막을 마음 속에 하나하나 담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너저분한 일상을 까맣게 잊고 넋을 .. 다시 새겨볼 마음 2013.11.11
라흐마니노프를 들은 날(13.10.17) 갑자기 닥친 추위에 종일 운신을 못하겠다. 춥다고 했거늘 설마하니 그렇게 무자비하지는 않으리라 제 바라는바의 간절함을 기대해 보았는데 기대는 무참하고 죽음을 목전에 둔 여름 곤충처럼 종일을 맥을 못추겠다. 몸이 추우니 슬프고 우울하다. 추우니 가난하다, 몸도, 마음도. 말할 .. 다시 새겨볼 마음 2013.10.17
사랑을 내려 놓은 후(13.7.4) 많은 이가 나를 지나쳤으나 끝내 너는 없었다 네가 없었으므로 얼마 안남은 목숨을 다 세어 버린 듯 나는 나를 놓아 버린다 나는 인생의 어디메 쯤 길가에 털썩 주저 앉은 듯 하다 스치는 바람에 몸을 부비는 나뭇잎, 자갈밭을 구르는 물 소리, 부지런한 발자국 소리, 공기 속에 까르르 흩.. 다시 새겨볼 마음 2013.07.05
강 위에 떠 있는 집 무게중심 잘 잡아야겠다. 자칫하면 헤까닥 뒤집어지는 수가 있겠네. 저렇게 중심 잡아야하는 삶의 고단함. 잠시 비가 멎고 모처럼 싸하게 푸른 바람이 불어 뜰을 거닌다. 이틀 동안 제법 호된 빗줄기에 매를 맞은 꽃들은 몰골이 많이 상해 있다. 백일홍 꽃도 있다. 아, 생각 난다. 백일홍 .. 다시 새겨볼 마음 2013.05.28
삶에 뜻 밖의 경우(13.04.20) 이 무슨 일일까요. 사월 이맘째 눈을 보기는 오십 평생 첨인 것 같은데요, 팔순이 다 되어가는 울엄마도 첨일걸요. 이상하게 몸과 맘이 많이 피곤해 집 나설 의욕이 없던 차인데, 아침에 창밖을 보니 굵은 진눈깨비가 쏟아붓고 있더군요. 물론 풀풀 날리는 눈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굵은 눈.. 다시 새겨볼 마음 2013.04.26
벚꽃 산책(13.04.17) 보리고개 벚꽃 그늘 아래를 한 중년 사내가 걸어가고 있다 꽃을 보며 잠깐 걸음을 멈출 만큼은 인생을 산 사람이다 꽃잎 날리는데 사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쩌면 오늘 그는 어제와 조금 다른 사람일지 꽃 앞에서 그렇지 않으면 안될 것 같겠지 다시 새겨볼 마음 2013.04.19
그대도 쓸쓸할 것인가(13.04.17) 그대가 떠난 후 나는 많이 쓸쓸할 것이다 그대도 그럴 것인가 그러길 바란다 그리워서 아프고 행복하길 바란다....... 다시 새겨볼 마음 2013.04.17
두 그루 매화의 조화 속(13년 4월 초, 봄) 눈을 감고 살았지 싶습니다. 진달래가 핀 줄도 몰랐습니다. 사일구 쯤에나 피려니 했지요. 얇은 꽃잎이 푸른 하늘에 젖었습니다. 산골 마을에 갔더니 늦은 산수유가 이제야 만개해서 산그림자 긴 마을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노인들은 눈부셔하며 봄날이 서러울까요. 오랑캐처럼 우루루 .. 다시 새겨볼 마음 201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