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가 나를 지나쳤으나 끝내 너는 없었다
네가 없었으므로 얼마 안남은 목숨을 다 세어 버린 듯 나는 나를 놓아 버린다
나는 인생의 어디메 쯤 길가에 털썩 주저 앉은 듯 하다
스치는 바람에 몸을 부비는 나뭇잎, 자갈밭을 구르는 물 소리,
부지런한 발자국 소리, 공기 속에 까르르 흩어지는 높은 웃음, 깊은 한숨
기쁘든 슬프든 이제 살아 있는 것들은 나의 몫에는 없는 듯 하다
사랑을 놓아버린 자에게 그 무슨 향기와 빛깔이 있으랴
기다릴 네가 없어진 후로 나는 이제 아무 것도 아니거나 아무거나이다
나는 쾡한 공동이고 그 어느 것도 내 안에 머무는 것은 없다
너는 이제 무엇이더냐
네가 나를 놓았으므로, 내가 너를 놓았으므로
너 또한 아무 것도 아니더냐, 이름 없이 떠도는 무엇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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