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라흐마니노프를 들은 날(13.10.17)

heath1202 2013. 10. 17. 16:07

갑자기 닥친 추위에 종일 운신을 못하겠다.

춥다고 했거늘 설마하니 그렇게 무자비하지는 않으리라 제 바라는바의 간절함을 기대해 보았는데

기대는 무참하고 죽음을 목전에 둔 여름 곤충처럼 종일을 맥을 못추겠다.

몸이 추우니 슬프고 우울하다. 

추우니 가난하다, 몸도, 마음도.

말할 기분도 기력도 잃었다.  하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의 비장함으로 (아, 아쉬케나지!) 철옹성을 쌓고 자타의 발설을 차단하고

조개처럼 입을 앙다물고 딱히 의미도 없을 무언가에 필요이상 애를 써가며 고통을 흉내내 본다.

헤드폰 하나로 이렇게 단절될 수 있는 세계라니.

사람을 믿지 않는 나는 외로운 중에도 특히나 이맘때가 가장 외로운 순간이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과의 소통을 바라지 않은 채,

혹시 외로움이 고통이 되는 순간이 오면 어떤 결단을 할 것인가를 상상해 보곤 한다.  

외로워도 사람이 그립지 않고 그렇다고 제멋에 겨울만큼 자기애가 있는 사람도 못 되는 나다.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게 우울한 인생이고  어찌할 것인가, 덜컥덜컥 공포가 엄습하곤 한다. 

아, 사랑의 따스함을 느낄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