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조금 내리더니 날이 찹니다.
이삼일 전까지만 해도 맑은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던 고운 잎들이 지고 성긴 가지만 남았습니다.
금요일 날 잠깐 가을의 마지막을 마음 속에 하나하나 담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너저분한 일상을 까맣게 잊고 넋을 놓았었지요.
순정한 금빛으로 환희롭게 몸을 뒤채던 은행잎과 마지막 기운을 모아 더욱 곱게 핀 장미와 조금씩 무너져가는 석왕 무더기,
측은하게도 잠깐의 영화는 지고 추레해져 버린 국화와 우수수 힘없이 쏟아져 버린 벚나무 잎... 그 많은 항목들을 하나하나
그리운 이름처럼 마음으로 되뇌어 보았습니다.
할 수 있다면 떠나는 것들에게 아름답게 작별을 고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덜 가여울 테니까요.
엄마로부터의 부재중 전화가 뜰 때마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엄마는 자꾸만 엄마한테 들러 무얼 가져가라 합니다.
겉절이를 해 놓았다, 양념 챙겨가라, 고구마 갖다 먹을래....
삶의 마지막을 사는 엄마를 생각하면 앙칼진 내 마음이 많이 순해집니다.
이제야 나는 엄마의 마지막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으려 합니다.
그래야 엄마도 나도 덜 슬플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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