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살지 않았음을(14.12.02) 공들여 살지 않았음이 이제 뼈저리다 그 동안 너무 쉽게 놓아 버린 것들이 원망과 슬픔이 그렁해서는 왜 그랬느냐고, 나도 잘 모르는 이유를 대라며 종주먹이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별것도 아니었다 내일에 거는 조그만 희망, 삶에 대한 믿음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기꺼이 ..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02
찬 손(14.12.01) 한 번 언 손에 좀체 온기가 돌지 않는다. 피가 돌기 귀찮은가, 말단에 이르기에 기운이 부족한가 시린 손끼리 서로 비벼가며 위로를 해보지만 서로의 냉기를 확인할 뿐이다 가슴이 거친 모래알처럼 팍팍한 때에 우리의 사랑도 그러했다 아픔으로 아픔을 위로받을 줄 알았지만 아픔이 아..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02
첫눈을 맞는 자세가 비장했다(14.12.01) 홀로 갈수 있겠느냐고,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지 않느냐고, 견뎌 보겠느냐, 견딜 수 있겠느냐고 지독한 눈보라로 찾아온 첫눈이다. 모름지기 이 정도는 거뜬해야 겨울이 녹록하지 않겠느냐고, 외로움 따위, 실연의 상처 따위, 가난 따위 혼비백산 날리고 오직 앞섶을 여며 잡고 약게 포복..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2.01
비루한 삶을 자초하다(14.11.27) 무슨 일에 과감이 인생을 거는 이들이 있다. 근근한 세끼의 밥, 제 한 몸 덥힐 따뜻한 온기에 감사하고 안도하며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굴종을 감내하는 이가 태반인 세상에 천둥벌거숭이처럼 제 삶을 해치면서 세상을 내닫는 이가 있다. 대개는 사회의 위험 인자, 치명적 경계 대..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1.27
무제(14.11.21) 너를 향해 이렇게 뛰어 왔구나 볼이 발갛게 땀도 송글송글 맺도록 너만 보고 뛰어 왔구나 왜 그랬냐고 묻지는 말기를 영문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너는 말갛고 담담하고 나는 왈칵 울고 싶게 기쁘구나 기뻐서 울고 싶구나, 벙어리처럼 어으어으.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1.21
겨울에 방책이 없다(14.11.20) 더 추워지기 전에 외투 하나 장만해야 하는데 나는 이러고만 있다. 살면 얼마나 사냐면서 새옷을 마다하는 엄마는 남은 생에 대한 확고한 줏대를 세우셨지만 나는 그도 아닌 채 미적거리고만 있다. 새옷을 입고 온 동료가 부러웠다 격조 있는 감색 반코트는 안에 곱게 누비를 두었다 예쁘..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1.20
까르둥 라에 가고 싶다(14.11.19) 지금 라다크는 세상에서 가장 적막한 곳이리라 첩첩 험산에는 키를 넘게 눈이 내리고 카르둥 라, 타그랑 라, 창 라 벼랑 끝 아스라한 여정을 이어 주던 고개들은 이제 한 동안 막막하기가 나의 맘이나 다르지 않으리라 내 맘은 허락도 없이 그 아득한 고개에 서고 싶다 .............................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1.19
지켜만 보는 삶(14.11.17) 삶은 너무 헐겁거나 너무 촘촘하거나... 삶이 너무 슬프면 던져 버리고 싶기조차 하기도 하지만 너무 기뻐도 금세 휘발되어 버릴 것 같은 불안. 눈부신 가을이 야금야금 잠식되어 간다. 이층 특별실 창가에 서서 저만치 원당들판을 바라본다. 나도 모른 사이 짙어져 버린 금빛 들판 위로 ..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1.17
비로소 마음을 여나보다(14.10.28) 비오는 날이 어찌 이 날 뿐이었으랴. 어쩌면 초여름 가랑비 속에서는 더욱 싱그러웠을 테고 쏟아지는 장대비 너머로 물보라 속에 뽀얗게 흐려지던 풍경도 있었을 게다. 하지만 이 곳에 온 이후 운동장 건너로 시선을 두어본 기억이 없다. 이층 창가에 서서 혹시 일별을 던져 본적이야 있.. 다시 새겨볼 마음 2014.10.30
너무 심상해서 조금 쓸쓸해지는 2014. 1.1(2014.1.1) 2014.1.1이다. 아무 일도 없다. 어느 때부터인가 내 인생엔 획이 없다. 굵직한 것도 시누대만큼 가느다란 것도. 새날에 대한 설레임이 없다는 것은 가끔씩 삶에 대한 권태로 속을 울렁이게 하곤 한다. 팽팽한 긴장이 사라져 버린 정신과 날로 그 정신에 조응해가는 무력한 몸. 새해라서 집을 .. 다시 새겨볼 마음 2014.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