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지켜만 보는 삶(14.11.17)

heath1202 2014. 11. 17. 14:23

삶은 너무 헐겁거나 너무 촘촘하거나...

 

삶이 너무 슬프면 던져 버리고 싶기조차 하기도 하지만

너무 기뻐도 금세 휘발되어 버릴 것 같은 불안.

 

눈부신 가을이 야금야금 잠식되어 간다.

이층 특별실 창가에 서서 저만치 원당들판을 바라본다.

나도 모른 사이 짙어져 버린 금빛 들판 위로 푸른 하늘이 눈이 시리다.

한해가 마지막 절정으로 빛나고 있고 함께 절정에 이르지 못한 내 마음이 허둥대고 있는 듯 싶다.

이 계절의 말미에 슬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해마다 하는 다짐이건만 아무리 마음을 구슬리고 다스려도 잘 안되는 일이다.

어제는 문득 "나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라고 혼자 소리 내어 말했다.

어리석은 말이지만 아름다운 계절에 주체 못하겠는, 종잡을 수 없는 마음 때문에 절로 뱉어진 말이다.

계절이 찬란하니 저물어 가는 삶이 많이 두려웠던 게지. 

 

나는 잘 안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좀체 왁자하게 웃지는 않을 테지만

아둔한 머리로 삶을 생각하느라 골똘하며

아주 오래도록 남은 삶을 지켜볼 것임을.

 

* 작년 쓴 글인데,  세월이 흘러도 자라지 않는 건지, 근본을 풀지 못해서 그런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