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이다.
아무 일도 없다.
어느 때부터인가 내 인생엔 획이 없다.
굵직한 것도 시누대만큼 가느다란 것도.
새날에 대한 설레임이 없다는 것은
가끔씩 삶에 대한 권태로 속을 울렁이게 하곤 한다.
팽팽한 긴장이 사라져 버린 정신과 날로 그 정신에 조응해가는 무력한 몸.
새해라서 집을 나서 본건 아니었다.
휴일, 그나마도 삶에 대한 절실한 예의다 싶어 그만큼이나마 나서 본 것이다.
모처럼 푸르른 하늘과 너그럽게 푸근한 날씨 덕분인지, 아니면 새해라서 그런지
겨울날 보기 드물게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이 없고 상기되어 있다.
사소한 일을 귀한 기쁨으로 여기는 듯 싶은 몇몇을 보니 나도 그러고 싶어진다.
그건 참 좋은 일이니 배워볼 일이다.
기쁜 감정에 좀 더 헤퍼볼 일이다.
상대웅전 앞 비탈 감나무에 감이 흐드러졌다.
얼고 풀리기를 반복했을 감은 말갛게 속이 들여다 보일듯 하다.
배고픈 수십마리 새떼가 후루룩 내려 앉았다 날아오른다.
춥고 긴 겨울, 식량이 든든해서 큰 근심 덜었겠구나.
사람 입이 아주 조금 심심해지는 대신 많기도 많은 목숨을 거두는구나 싶어 마음이 뭉클하다.
어제와 오늘 사이 별 다른 일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나와 내가 아닌 것도 조금 보고 생각을 했고
진심 흐뭇한 미소도 삐질삐질 흘렸으니
잠깐 나들이에 새해의 보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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