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에대한 변명( 13.02.18 ) 기억 말고 추억으로, 많게 말고 두어 가지만 가져가기로 하자. 모든 것을 다 안고 갈수는 없다. 가슴에 고운 무지개 하나, 서러운 파도의 울부짖음. 나는 조금만 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쉽게 피곤하고, 무엇에, 누구에욕심도 별로 나지 않고 둘러 보아도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그.. 다시 새겨볼 마음 2013.02.19
초단상 경계가 없는 시간. 흐리고 또 흐리고 끝이 없을 듯 흐린 날들이다. 잿빛 비만 내려준다면 딱 지구 종말의 풍경일 것이다. 그런데 잿빛이 아니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나는. 아무렇게나 터무니 없는 짓도 서슴치 않는다. 다시 새겨볼 마음 2013.01.23
지는 계절 적응하기(12.11.06) 못 먹는 술이라도 한 잔 마셔야 할까보아요. ㅎㅎ 연일 비가 내리니 견디질 못하겠어요. 가는 비에도 나뭇잎들은 맥없이 손을 놓아 툭툭 투신을 해버려 이제 몇 안남은 이파리들도 차라리 홀가분하게 자신을 버렸으면 해요. 호기롭지 않은 빗줄기인데 전의를 상실해버린 요 며칠이예요. .. 다시 새겨볼 마음 2012.11.06
미리 살 수 없는 생(12.11.05) 아무래도 준비가 안 되었습니다. 차분히 가을을 맞고 보내겠노라며, 소소한 것에 정신을 팔았습니다. 고구마를 사들이고, 대봉을 차곡차곡 쟁여 놓고, 얼마간은 또 어른들께 보내어 추운 세월을 위로해 드리고, 또 할일이 뭐가 있는가 생각 하다가, 주말에 무량사에 가서 이 계절을 장사 .. 다시 새겨볼 마음 2012.11.05
심심한 생활(12.10.10) 그리운 곳이 있다거나 그리운 사람도 몇 명 더 생겼다는 당신이 나는 부럽다. 그리움은 때로는 오소소 시린 슬픔이기도 하나 그 슬픔은 들뜬 환희처럼 쉬이 휘발하는 것이 아니어서 종래에는 그대, 슬픔에 기대어 오래도록 견딜 것이니. 그래도 한 때 사랑한 적이 있노라는, 그리고 참 아.. 다시 새겨볼 마음 2012.10.11
국도변 노인 2(12.09.23) 이렇게 좋은 가을날인데 노인이 보이지 않는다. 이 가을이 깊을 즈음 쯤 먼길 떠날 준비라도 있는지 그가 늘 앉아 있던 의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노인이 의자나 그 옆 전봇대처럼 붙박이 풍경인 줄만 알았었는데 이렇게 사뿐이 자리를 떠나 버렸다 몸은 낡고 노쇠했으나 영혼은 홀가분.. 다시 새겨볼 마음 2012.09.23
국도변 노인(12.09.10) 노인은 늘 그곳에 있었다. 눈비 올 때 말고는 열번에 아홉 번은 어기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나는 그가 누군가, 무언가를 기다린다고 차마 생각할 수 없다. 그리도 긴 기다림으로는 그 어느 누구도 견딜 수 없을 테니. 아주 오래 전부터, 오륙년은 족하게 그곳에 있었다 한다. 나는 왜 그를 .. 다시 새겨볼 마음 2012.09.12
늦은 자탄(12.09.06) 네가 꽃 피는 동안 나는 네 곁에 없었다 너는 아름다워 홀로 더욱 처연했으리 네 삶의 절정에 눈부셔하며 나 또한 함께 절정이어야 했겠지만 그 때 내 삶에는 환희가 없이 홀로 낯설고 추운 거리를 쏘다니고 있었다 너는 인생의 가장 슬쓸한 때를 맛보았으리라 그리고 그 때가 바로 내 사.. 다시 새겨볼 마음 2012.09.06
귀가 어두운 개(12.09.05) 내 짱똘이의 세계는 지금 적막강산이다. 지난 번 태풍 볼라벤이 몰아쳐 뜰은 쑥대밭인데 똘이의 세상은 굴속인양 그윽하고 똘이는 동요없이 따뜻한 털뭉치였다. 대문을 열어도 미동이 없고 귀에 대고 이놈, 아줌마 왔다 하고 나서야 머나면 딴 세상에 다녀온 듯 화들짝 놀라는 녀석은 이.. 다시 새겨볼 마음 201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