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지는 계절 적응하기(12.11.06)

heath1202 2012. 11. 6. 22:44

못 먹는 술이라도 한 잔 마셔야 할까보아요. ㅎㅎ

연일 비가 내리니 견디질 못하겠어요.

가는 비에도 나뭇잎들은 맥없이 손을 놓아 툭툭 투신을 해버려

이제 몇 안남은 이파리들도 차라리 홀가분하게 자신을 버렸으면 해요.

 

호기롭지 않은 빗줄기인데 전의를 상실해버린 요 며칠이예요.

입에 단내가 나도록 자꾸 침묵하려고 해요.

위험한 징조지요.

나를 해치지 못한다면 절망은 그 불안한 칼끝을 누군가에게 겨눌 거예요.

나로 하여 아플 누구...

.

.

.

두려운 일이 한가지 있어요.

며칠 전 꼬맹이(강아지)가 아팠어요.

사악할 정도로 눈치가 빠르고 잡초처럼 강인하게

제 몫을 챙기는 녀석인데 간식을 사양했어요.

정이 안 갈 정도록 그악스러운 녀석인데 말이예요.

작은 짐승도 죽음은 그 나름의 무게가 적잖다는 걸 몇 번이나 경험한 나로서는

퇴근 때마다 대문을 열면서 혹시 오늘은 죽음을 대면할까 무서운 거예요.

추운 겨울 아침 발견하곤 했던, 생명이 떠나간  그 차갑고 빳빳한 시신을 떠올리면서.

그때는 가여우나 공포는 없이 긴 숨 한 번 쉬고는 침착하게 주검을 수습했었는데

이제 죽음에 슬픔보다 훨씬 큰 공포가 생겼어요.

앞으로 맞을 맨 처음의 죽음을 어떻게 대면하게 될까요...

 

아마도 올 겨울 나는 조금 단단해질까요.

새롭게 드는 생각과 느낌을 고민하고 어우르고 이겨내다보면

좀 더 강건한 사람이 될까요?

그러면 좀 더 나은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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