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진한 몰골, 속옷도 챙기지 못하고
몽중에 또 어딜 헤매다 훌훌 벗어 던지고 왔나
눈 멀게 아름다운 이라도 만났더라만 다행이련만
어디 불한당이라도 만나 마음만 다쳐 돌아오진 않았는지
무릎에는 또 까닭 모를 상채기
밤새 또 누굴 찾아 헤매다 고꾸라졌나
아는 이는 귀신에 홀려 밤새 골짜기를 헤매다가
이른 새벽 안개에 젖어선 귀신 몰골로 돌아왔다던데
너의 귀신은 너를 어찌 홀리더냐
무섭구나
밤이면 너를 굵은 사슬로 결박이라도 지워야할까
아니면 네 울음만 아득히 웅웅 울릴 끝간데 없는 어둠
깊고 깊은 우물 속에 던져 넣어야할까
맥박 숨가쁘게 할딱이는 네 가느다란 손목을
붉고 질긴 실로 내 손목에 칭칭 동여 매어야 할까
너 때문에 도저히 하루밤을 살아내기가 힘들구나
너 없는 밤이 아득히 검은 천공이어서 춥고 무섭구나
나는 머잖아 기필코 너를 잃고야 말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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