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추억이라는 못 믿을(14.12.26)

heath1202 2014. 12. 26. 22:43

날마다 사라지는 양말짝이며 심지어 속옷까지.

무심한 내가 인지할 만큼 무엇인가가 꾸준히 사라져가고 있다.

손톱깎기나 손수건, 심지어는 티셔츠 같은 부피 있는 것까지

어느 구석으로 숨어드는지 도통 모르겠다.

천장을 뛰던 쥐도 세스코에서 감쪽같이 근절시켜 주었고

집칸이나 되는 부자도 아니니 고작 두세칸, 뒤질 곳도 없는데

도무지 나 모르는 사이 드나드는 이라도 있는 건지.

허나 잃어버린 양말짝 만한 불편이야 무슨 대수이겠는가,

이제는 내 사랑의 행방이 묘연하다.

계수나무 토끼처럼 황당하게도 마음으로 빚었다 정말 믿었던 반지나

철석이라 우겼으나 결국 맺기보다 잃기가 훨씬 쉬웠던 사랑의 약속

과연 내 사랑의 실체가 가당키는 했던 것인가 

땅에 닿자마자 한 점 눈물로 듣는 눈송이를 보며

내 사랑도 그러함을 끝내 부인하지 못했었다.

사랑의 기억도, 추억도 이제는 야금야금 사라져

복기할 때마다 얘기가 달라진다, 내 논에 물대는 옛이야기다.

추억의 효용에 맞지 않는, 바람에 찌그덕대는 낡은 문짝같은, 

겁나게 아픈, 참 치사한, 추한, 지리멸렬한 진실은 가뿐이 드러내고

다시 부르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은은한 달빛, 참 곱기도 하다.

 

 

 

 

* 참 이상한 숙소, 그러나 바다가 지척이다.

  그래서 참고 견딜라 했는데 금세 밤이라,

  잠결에나 파도 소리 들으며 위안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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