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Good Company(14.12.16)

heath1202 2014. 12. 16. 10:53

다섯이 있어도 셋이 있어도 단 둘이 있어도

한번도 누구를 목소리로 이겨본 적이 없는 그가

가끔 차 한 잔을 들고 작은 휴게소 앞에 외딴섬처럼 서 있다 했다

모두가 하나같이 비탈을 구르는 돌처럼 돌진하는 출근 시간에

감히 끼이익 끽 고꾸라질 듯 제동을 걸고서 말이다

긴 겨울 끝, 마지막 잔설 스러지는 이른 봄산

사정없이 내리 꽂히는 빗줄기 호기로운 여름 날

혹은 햇살이 눈물처럼 명징한 가을 하늘

다 끝이요, 감히 희망을 걸수 없는 연무 자욱한 겨울 아침

무시로 도깨비처럼 들이닥치는 결단의 촉구에 

그 얌전한 사내도 가끔은 짐승처럼

포효하고 싶은 날이 있었던가 보다

내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요

내가 그를 사랑하는 건 절대 아니었지만

그보다 배짱 두둑한 것도 결코 아니었지만

둘이 함께라면 야반도주하는 연인들처럼 용감해져

하루쯤 미쳐 사랑해 줄수 있었을지도

나도 가끔 목에 걸린 울음으로 컥컥대던 날이 있던 참이니

잠깐 그와 나는 둘도 없이 다정한 연인이 되어

세상 끝 아득한 나들이를 잠깐 다녀올 수 있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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