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15.5.10) 꽃이 핀다, 앞을 다투어 사생결단 하듯 단숨에, 한떼로, 눈물처럼, 탄성처럼 터진다 꽃이 진다 한 목숨이 단숨에, 몸을 던져 굵은 눈물로 섪게 툭, 진다 모든 목숨에 중력은 한가지다 어쩌란 말이냐 꽃이 난 자리 그 쓸쓸한 자리 섣불리 내준 내 마음은 어쩌란 말이냐 *봄날에 끄적여 놓..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9.23
정산(15.9.17) 소심했으나 고개 숙이지 않았고, 고단했으나 게으름 피우지는 않았으며,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았으나 가여워 할 줄 알았고, 무엇보다도 희망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릎 꿇지는 않았다.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무리에 누가 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걸었으며, 반전의 여지가 없어 놀랍지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9.17
소리내어 우는 법(15.9.17) 내 삶을 기웃거리던 이런저런 슬픔들이 가끔 작당한 듯 떼로 엄습하는 때가 있다 여름날 푸른 들을 구르며 우르르 해일처럼 밀려오는 소낙비처럼 슬픔도 일시에 그리 오는 때가 있다 설령 제 아무리 일상의 반찬처럼 슬픔을 씹어가며 살아간다 해도 전선이 무너진 속수무책의 이 때를 달..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9.17
세우(15.9.12) 묵묵히 비가 온다 제 할 일 할 뿐이란 듯 비는 비만 내리고 이제 이 비를 맞는 일이 나의 일이리라 빗줄기보다 더 가늘게 눈을 뜨고 적막에 귀를 적시다 보면 뉘라 분간 없이 젖는 세상에서 나라고 면하고 싶은 맘이 없다 나의 삶이 진작 이렇게 나지막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 억세..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9.12
결실(15.9.12) 더는 보탤 수 없으니 초록도 이제 제 수를 다했다 태양도 뜨거울 날이 길지 않을 테니 발걸음 총총 한 삶을 갈무리 할 사명이 바쁘다 살아 있는 것들은 이제 기도처럼 마지막 기운을 모으고 머지 않아 어찌 되었든 움킨 손바닥을 펴 보여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쥔 것이 무엇이든 후회는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9.12
지치는 날(15.9.11) 나는 이제 마음에 희망의 등을 내걸고 싶지 않고 턱을 높이 들어 앞을 보고 싶지도 않아. 그 어떤 향그러운 꽃길도 가고 싶지 않아. 세상엔 나를 이끌 아무런 매혹이 남아 있지 않으니 이제는 길가 질경이처럼 납작 주저앉아 떠나고 돌아오는 이들이나 보내고 맞았으면 좋겠어. 떠나는 이..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9.11
다짐(15.9.9) 바람이 좋다고 하늘이 푸르다고 비가 온다고 눈이 온다고 꽃이 좋다고 슬프다고, 외롭다고 내 마음이 그 어떠 하다고 너를 그리지는 않으리라 그 어느 때에도 너는 그리울 것이나 그 어느 때에도 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므로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9.09
까닭없이 기쁜 날(15.9.1) 아주 어쩌다 슬픔은 기미도 비집을 틈 없이 기쁘고 기쁜 순간도 있다 오늘이 그렇다, 이상도 하지 오늘의 추이를 이 잡듯 뒤져도 이렇게 기쁨이 흥건할 일이 없다 고작해야 간밤 꿈에 정량의 슬픔과 아름다움이 황금비를 이루어 찬란한 비극의 아이콘 같던 시인과 통속적으로 슬픈 사랑..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9.07
시의 효용(15.8.25) 죽음과 나란히 눕고 싶을 만큼 고단하구나 오늘밤은 내 영혼을 당신에게 의탁하마, 시인이여. 당신이 울면 울고 당신이 웃으면 웃으며 당신이 끄는대로 이 밤 어둠의 막장에라도 이르고 싶구나 다만, 미움과 분노의 고통만은 몰랐으면 한다 ..................... 정말 피곤하다. 크게 신경 쓸 ..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8.25
안녕(15.8.21) 이리도 환한 대낮에 이리도 일이 없어 내 그림자를 밟으며 마당을 서성인다 털갈이 하느라 행색 사납기가 본처에게 머리 뜯기 첩꼴인 운정이가 나를 보고 물색 없이 좋아 날뛴다 그렇게 좋으니? 알바 없는 청년견 운정이는 쇠줄 따위 썪은 동아줄처럼 끊고 담장 너머로 피융 튕겨나갈.. 다시 새겨볼 마음 201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