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세우(15.9.12)

heath1202 2015. 9. 12. 08:43

묵묵히 비가 온다

제 할 일 할 뿐이란 듯

비는 비만 내리고

이제 이 비를 맞는 일이

나의 일이리라

빗줄기보다 더 가늘게 눈을 뜨고

적막에 귀를 적시다 보면

뉘라 분간 없이 젖는 세상에서

나라고 면하고 싶은 맘이 없다

나의 삶이 진작 이렇게

나지막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

억세고 거칠게 삶을 겪어내는 내게

참 안되었다고, 안간힘 쓸 것 없다고

애잔히 머리 쓸어줄 것을

더 나지막 할 수 없도록 비가 내리고

비 내리는 저 쪽 당신도 젖고 있는지

담담히 나는 이제

세상의 끝에 이른 듯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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