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기웃거리던 이런저런 슬픔들이
가끔 작당한 듯 떼로 엄습하는 때가 있다
여름날 푸른 들을 구르며
우르르 해일처럼 밀려오는 소낙비처럼
슬픔도 일시에 그리 오는 때가 있다
설령 제 아무리 일상의 반찬처럼
슬픔을 씹어가며 살아간다 해도
전선이 무너진 속수무책의 이 때를
달리 배겨낼 궁리를 하는 건 부질 없다
슬픔에 짓밟힌 짐승이 되어
달리 도모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꺽꺽 서러운 짐승처럼 울어야 할 밖에
하지만 어찌 살아왔길래
통곡이란 것이
평생을 익히지 못할 습관이나
기억도 아슴한 전설이 되어 버린 걸까
슬픔을 꼭꼭 참아 묻어 둔다고
세월이 흘러서 보석이 될리도 없건만
나는 어째서 엉엉 울지를 못하는 것인가
오늘도 나는 가쁜 숨을 하아하아 몰아쉬다
종래는 슬픔의 치사량이 얼마일지 두려웠었다
눈물로 녹여내지 못하는 슬픔은
얼마나 치명적인 독으로 나를 죽여갈 것인가
다리를 뻗고 퍼질러 앉아 울고 싶다
가슴을 치고 헤집어가며
어응어응 흉하게 흉하게 울고 싶다.
창피한 줄 모르고 그리움을 소리높여 부르며
해걸음처럼 길게길게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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