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정산(15.9.17)

heath1202 2015. 9. 17. 11:45

소심했으나 고개 숙이지 않았고, 고단했으나 게으름 피우지는 않았으며,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았으나 가여워 할 줄 알았고, 무엇보다도 희망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릎 꿇지는 않았다.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무리에 누가 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걸었으며, 반전의 여지가 없어 놀랍지 않았고,

전의는 없었으나 비루하거나 가소롭지는 않았다.

단가는 저렴했지만 큰 손실도 없었으니 간신히 수지타산은 맞추어 낸 삶이었다 하자.

이제 되 다었다. 이제 내 생의 마지막 카드까지 다 썼다. 

어차피 여축이 없던 삶이었으니 벌거벗은 것처럼 내 삶엔 이제 히든카드 한 장 없다.

호기롭게 던지지는 못해도 혹시나 상대가 잠깐 움찔하거나 수상쩍어 할 패 한장 남기질 못했다.

그러니 어찌할 텐가. 더 해 볼 텐가?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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