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정산 2(15.9.25)

heath1202 2015. 9. 25. 14:36

너를 생각하매

사랑 따위는 낯 간지럽고

다만,아침부터 빚 내러 온 듯 비굴하고 처량하다

어쩌자고 나는 그리 천덕꾸러기가 되어

네 마음을 빙빙 돌며 흘끔거리게 되었던 건지 

내가 그렸던 것은 그저

매운 봄날, 먼 곳에서 들려오는 꽃소식

초하의 벌판에 내리는 연초록빛 가는 비,

하늘 파란 날 가슴 시린 까닭 모를 서러움

이른 아침 얌전히 눈길을 걸어간 발자국처럼

그렇게 기쁘게 한 해를 살고, 그 다음 해, 또 그다음 해

시간이 흐른다고 더 좋지도 더 싫지도 않은 채로

다정하고 시시한 안부나 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벙그는 꽃처럼 환하기를 늘상 바란 것도 아니었고

가슴 사무치는 그리움 따위도 가당치 않았다

곁에 있든 없든 진배없이 순하게, 조금 모자란 사람처럼

너를 생각하는 일이 즐거운 일상이기를 꿈꾸었을 뿐이었다

 

누구나 아는, 누구나 하는 별스러울 것 없는 일들이

그런데 너와 나에게는 그리도 힘든 일이었던 모양이다

삶에, 대단한 실패는 아니겠지만, 참 쓴 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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