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므로 너에게 안부를 전한다
어제 내가 걸은 숲길에 자작나무가 눈부셨다
무엇이든 빛나게 하는 찬란한 가을 햇살 탓이었겠지만
네가 그리운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가당찮은 마음이긴 했다
너를 생각하매 별스러울 것 없는 사랑이었다만
설운 사랑이 되지 않아야 했으므로
그럴싸한 이름을 몇 개 붙여보고 싶었다
사랑에 허영스럽기로 탓할 일은 아니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오래 지체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도 그렇고 가을도 그렇다
주저하다 놓아버린 그 아름다운 것들이
돌이킬 길 없어 막막한 회한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가을 끝에 속수무책 허둥대지 않으려면
나도 서둘러 가난한 갈무리를 해야 한다
그 중 중한 일이 너의 마지막을 아로새기는 일이고
우리의 지리멸렬한 사랑도 부디 제법 서러웠노라 말해야겠다
빛나는 햇살, 바람, 구름, 찬비,
깊어지는 한숨과 마지막이 아름다워 부러운 나뭇잎
그 나뭇잎 삭아 잎맥만 숭숭 남은 우리의 인연,그 간결한 끝까지
부디 사랑이 사라진 가을이라고 허투로 보내지 말자
모든 떠나는 것들의 낱낱의 얼굴에 안타까운 일별을 던져 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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