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자고 또 뻘짓을 했다
왁자한 난전에 나를 또 내어 놓고 말았다
내키지 않는 모임에 나가
다정하지 않는 이들과
궁금해 하지 않는 얘기를 했다
어느 날은 부디 날 잊어주길 빌며
구석에 구겨져 있다가
예의가 건성인 이들에게 예의 있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밀물 든 자리처럼 존재가 없어졌다
또 어느 날은 본디 내 이리도 유쾌한 사람이었노라고
뒷심도 없는 명랑함으로 깔깔대는데
누구의 귀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혼자 스러지는 내 음향의 파편들이 부끄럽고
엄마 떠나간 섬아이처럼 처량했다
어리석은 일이다
사는 일에 깨알 풍기듯 웃을 일이 어디 그리 흔하랴
외로움이 별스런 일도 아니란 것 쯤은
머리를 쥐어 박으며 일깨우지 않더라도
천덕꾸러기 아이처럼 태생으로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니 나보다 더 외롭지 않을 리 없는 이들을 보노라면
목소리 높여가며 안간힘 쓰는 그 삶도 시리고 아려할 할 일이다
누구나 외로움에 가랑비처럼 속속이 젖어 사는 것이니
비 오고 바람 분다고 엄살이 풍년일 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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