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나란히 눕고 싶을 만큼 고단하구나
오늘밤은 내 영혼을 당신에게 의탁하마, 시인이여.
당신이 울면 울고
당신이 웃으면 웃으며
당신이 끄는대로
이 밤 어둠의 막장에라도 이르고 싶구나
다만, 미움과 분노의 고통만은 몰랐으면 한다
.....................
정말 피곤하다.
크게 신경 쓸 일도 없었고 몸을 고되도록 놀려 무엇을 하지도 않았는데 종일 그렇게 피곤하다.
많은 수의 단어와 긴 문장은 내 의식과 사고를 더욱 엉키게 할 것 같아 읽던 소설은 펴지 않았다.
시만 읽었다. 가만히 읽기만 하면 제가 다가와 내 마음에 이르는 그런 시만 읽었다.
그러고 나니 곧 행복해졌다.
통각이 둔해질까 늘 경계하는 나이지만 위험하게도 그조차 초월하고 싶은 순간이 가끔 있다.
태풍이 서늘한 바람을 몰고 와, 창가에 앉아 있는 나는 지금, 이 밤 가장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내 영혼도 맑게 씻기는 듯 하다. 풀벌레 울음소리가 규칙적인 걸 보면 아직 비는 오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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