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도 환한 대낮에 이리도 일이 없어
내 그림자를 밟으며 마당을 서성인다
털갈이 하느라 행색 사납기가
본처에게 머리 뜯기 첩꼴인 운정이가
나를 보고 물색 없이 좋아 날뛴다
그렇게 좋으니?
알바 없는 청년견 운정이는
쇠줄 따위 썪은 동아줄처럼 끊고
담장 너머로 피융 튕겨나갈 기세다
그 기운 참 기특하구나
고맙게도 하늘에 푸른 낮달이 떴는데
잠깐 난 뭔가 그리운 건 아닌지
가늘게 눈을 떠본다
공허한 날에는 가늘게 눈을 뜨면 좀 낫다
생각이 있는 사람처럼
가늘게 미간을 모으다 보면
어쩌면 짚히는 뭔가가 있을 것도 같다
짧은 눈썹에 잡혀 어룽대는 햇살이라던가
이제는 그리움이 많이 바랜 누구라던가
'다시 새겨볼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닭없이 기쁜 날(15.9.1) (0) | 2015.09.07 |
---|---|
시의 효용(15.8.25) (0) | 2015.08.25 |
생활(15.7.21) (0) | 2015.07.21 |
애인 2(15.7.15) (0) | 2015.07.15 |
애인 1(15.7.15) (0) | 2015.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