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을 망정 만만한 적 없는 삶이
어느 때는 마른 기침 나는 도시를 콜록이고
어느 날은 폐선의 묘지처럼 쓸쓸한 포구에서
퍼질러 두 다리 뻗고 지는 해를 울기도 한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이 되면
장하게 하루를 견뎌낸 삶이
맥없이 무릎을 꺾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세상 없는 슬픈 애인이 있다
슬픔을 끼니처럼 먹고, 슬픔을 팔베개 하고 잠을 자고,
슬픔의 팔장을 끼고 삶을 걷는 내 애인은
세상 어느 슬픔도 무서울 게 없으니
애인이 끄는 그 어느 깊은 슬픈 땅이라도
나에겐 가장 든든하고 아늑한 거처가 아닐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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