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그 후 이야기, 담담하게(15.7.10)

heath1202 2015. 7. 10. 16:10

너에게서는 소식이 없었다

계절이 너 없이 바뀌었고

멀미처럼 비슷한 일상이 지나갔다

너 없이 나리꽃이 피었다 금세 졌고

너 없이 목백일홍도

여름내 진진하게 피고 졌으며

가는 비 굵은 비가 온다거나

한동안 가물었거나 했고

내 일상을 소소히 스친

특정할 수 없는 사람들이 무수했다

너 없이 내가 산 시간이었다

 

계절이 너 없이 바뀌었다

가을이 오고 바람이 앓기 시작했고 

어느 날에는 내 마음도 가끔 앓았다

내가 눈물을 떨구거나 한숨 쉬는 날도 있었고

그러면 너를 향한 길을 잃은 나에게 

바람이 같이 한숨을 쉬는 듯 해서 

나의 슬픔이 조금 잦아 드는 듯 하기도 했다

계절의 마지막 꽃과 잎이 지며

한 해가 갔다

 

많은 것들이 나를 아랑곳 않고

내 일상을 들고 나는데

끝내 너는 내 시간 속으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너는 슬픔이었다가 노여움이었다가

어느 순간엔 무한 내 삶인 것 같고

어느 때엔 꿈인가

아무 것도 아니었던 듯 어리둥절 해지기도 한다

 

이제 내가 너를 그릴 날이 길지는 않으리라

너의 모습이나, 너의 음성, 너의 체취는

나에겐 점점 못 미더운 기억이 되고

때때로 나는 네가 과연 아름다웠던가 묻곤 한다

내가 너를 기억하여 네가 있는 건지

네가 있어 내가 너를 기억하는지도 이제는 헛갈린다

결국, 너는 내게 오지 않고

내 삶에는 네가 없는 게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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