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서는 소식이 없었다
계절이 너 없이 바뀌었고
멀미처럼 비슷한 일상이 지나갔다
너 없이 나리꽃이 피었다 금세 졌고
너 없이 목백일홍도
여름내 진진하게 피고 졌으며
가는 비 굵은 비가 온다거나
한동안 가물었거나 했고
내 일상을 소소히 스친
특정할 수 없는 사람들이 무수했다
너 없이 내가 산 시간이었다
계절이 너 없이 바뀌었다
가을이 오고 바람이 앓기 시작했고
어느 날에는 내 마음도 가끔 앓았다
내가 눈물을 떨구거나 한숨 쉬는 날도 있었고
그러면 너를 향한 길을 잃은 나에게
바람이 같이 한숨을 쉬는 듯 해서
나의 슬픔이 조금 잦아 드는 듯 하기도 했다
계절의 마지막 꽃과 잎이 지며
한 해가 갔다
많은 것들이 나를 아랑곳 않고
내 일상을 들고 나는데
끝내 너는 내 시간 속으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너는 슬픔이었다가 노여움이었다가
어느 순간엔 무한 내 삶인 것 같고
어느 때엔 꿈인가
아무 것도 아니었던 듯 어리둥절 해지기도 한다
이제 내가 너를 그릴 날이 길지는 않으리라
너의 모습이나, 너의 음성, 너의 체취는
나에겐 점점 못 미더운 기억이 되고
때때로 나는 네가 과연 아름다웠던가 묻곤 한다
내가 너를 기억하여 네가 있는 건지
네가 있어 내가 너를 기억하는지도 이제는 헛갈린다
결국, 너는 내게 오지 않고
내 삶에는 네가 없는 게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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