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즐거운 상상(15.10.19)

heath1202 2015. 10. 19. 15:54

내가 먼 곳에 출타를 한 동안에 한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결혼을 했다.

부조의 경계에 있을 만큼 간신히 아는 사이라

내가 조문을 안간다고 원통해서 관이 무거워질 일이 없고

내가 축하를 안 한다고 신혼의 단맛이 밍밍해 질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경우엔 좋은 게 좋다는 것이 황금률 삶의 처세라

알음알음 수소문을 해서 부조금 전할 메신저를 구하였다

 

나는 기도한다

남의 죽음이 외롭지 않은 길이기를 기도하고

남의 기쁜 일은 팝콘처럼 펑펑 튀어

구경하는 사람조차 즐거워져 짝짝짝 기쁘게 박수치면 좋겠다고 기도한다

하지만 나로 말한다면, 내 기쁨은 혼자 스물스물 웃음 깨물면 되지만,

내 죽음에 있어서만큼은 큰지 작은지 모를 욕심이 있다

진정 내 죽음이 애통한 사람이 있어 

하나든

둘이든

고맙게도 몇이든

가슴 미어져 가슴 뜯으며 흐느끼는 이가 있기를 소원한다

내가 남의 마음에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살지는 못하여

얼마나 많은 이가 내 죽음에 마음 아려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몇몇 쯤 날 사랑하긴 했구나 싶은 애절한 흐느낌에

빙그레 웃으며 떠날 수 있다면, 나는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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